[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삼시세끼’는 정말 밥을 짓는 것이 등장할 뿐인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삼시세끼’ 10회에서는 9회에 이어 출연한 배우 이승기, 김광규와 첫 회 게스트로 출연했던 배우 윤여정, 최화정이 이서진-옥택연의 정선 집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만둣국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마지막 밤을 보냈고, 다음 날 아침에도 즉석에서 떡을 만들어 먹으며 마지막 촬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 사진=삼시세끼 방송 캡처 |
시청자들은 “왜 웃긴지 모르겠지만 자꾸 웃음이 나온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삼시세끼’에 신기함을 느끼고 있다. ‘삼시세끼’에는 별다른 자극적인 요소 없이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작은 농담들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많은 시청자들이 자극과 스펙타클한 에피소드 등에 지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실제로 ‘삼시세끼’ 관련 기사들의 덧글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웃을 수 있는 편안한 프로그램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내용들이 포함돼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한 재치있는 연출력과 자막이 ‘삼시세끼’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초반, 도시의 두 남자가 시골의 생활에 익숙치 않아 벌어지는 좌충우돌한 모습들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옥택연과 이서진은 나중에는 직접 염소 잭슨의 집을 지어줄 정도로 시골 생활의 달인이 돼 있었다. 초반의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기는 사라진 상황에서 ‘삼시세끼’ 속의 평범한 농부들의 생활은 자칫 밋밋해보일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삼시세끼’ 제작진은 적재적소의 자막을 배치하고, 심심해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편집으로 살려내 생기를 불어넣었다. 10회에서도 그저 이승기, 김광규, 이서진, 옥택연이 수수 베기에 지쳐 잠이 든 모습을 보여줄 뿐인데도, 이들의 잠꼬대에 하나 하나 자막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결국 ‘이들은 수수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스토리 텔링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대해 몇몇의 전문가들은 “자막의 승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밥’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짚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이서진과 옥택연은 종종 “밥 해먹기 싫다”며 떼를 부리고 “밥 먹고 뒤돌아서면 또 밥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며 식사 준비를 마치 귀찮은 알람시계같이 취급하기도 했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또 아궁이를 향하는 이서진과 말없이 파를 다듬는 옥택연의 체념 어린 모습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 사진=삼시세끼 방송 캡처 |
그가 말한 것처럼, 마지막회에서 후배들을 한데 불러모아 만두피를 밀고, 만두속을 만들며 만둣국을 해내는 윤여정의 모습에서 ‘밥’에 담긴 정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윤여정은 솔선수범하며 한 끼를 만들어내는데, 그는 후에 “내가 승기나 택연이에 만두 빚는 걸 가르치는 모습이 내가 9살, 10살 때 내게 요리법을 가르쳐주던 증조할머니의 모습이었다”고 말해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그 정성과 사랑을 후배들에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최화정과 윤여정이 만두를 빚으며 과거 어머니나 할머니에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하나 둘씩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초점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추억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추억을 떠올리고, 내가 받았던 정성을 떠올리며 만든 한 끼의 식사를 게스트들 모두가 둘러앉아 먹는 모습은 그 풍경만으로도 시청자들에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었다.
이처럼 ‘삼시세끼’는 자극 없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 시청률 면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과연 ‘삼시세끼’의 다른 계절 편들도 가을 편에서 담았던 깊은 의미와 재미를 또 다시 담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삼시세끼’는 19일 방송을 끝으로 가을 편을 종영하며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다.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어촌편’은 1월16일 첫 방송된다. 또한 오는 26일에는 ‘삼시세끼’의 스페셜 편이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