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중문입니다. 요즘은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에서 장서준으로 인사드리고 있어요. 이번 작품으로 4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는데 이렇게 드라마에 많은 사랑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아, 4년이나 쉰 걸 모르고 계셨다고요? 사실 제 장점이 바로 그거거든요. 언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이미지. 하하. 그리고 지금까지 누나들과만 쭉 작품을 함께 해서, 어느 샌가 ‘착한 연하남’ 이미지가 쌓였더라고요. 제 경쟁력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전 기분 좋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착한 이미지’하면 몇 손가락 안 에 꼽히는 배우가 돼 보려고요.
◇4년 만에 돌아왔더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어요
오랜만의 복귀가 힘들지는 않았냐고요? 엄청 힘들었죠. 쉬는 동안 많은 생각도 했고, 저 자신도 많이 달라졌고요. 무엇보다 다시 돌아온 촬영장이 전부 다 바뀌어 있더라고요. 일단, 카메라부터 달라졌잖아요. 화질도 모공도 포착할 만큼 선명해지고.(웃음) 스태프들도 예전에는 저보다 형 아니면 누나들이었는데, 지금은 다 제 동생들이에요.
연기 흐름도 좀 달라진 걸 느껴요. 전에는 대사 전달이 확실한 게 1순위였거든요. 지금은 대사가 잘 안들리더라도 감정 전달이 제일 중요해요. 기술이 좋아져서 작은 숨소리마저도 캐치해내니, 숨만 쉬어도 연기가 되는 세상이 온 거죠. 지금은 자연스러움이 가장 관건이 됐더라고요. 시청자 분들도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지고요. 디테일도 정말 중요해졌어요. 오랜만에 하니까 저한테는 더욱 이런 변화들이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4년 만에 돌아오려니 복귀작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절 기억해주는 분이 있을까 겁도 났고요. 그 와중에 ‘청담동 스캔들’ 정효 감독님께서서 전화를 주신 거에요, 갑자기. 제가 그날 예비군 훈련 날이라서 아직도 기억이 나요.(웃음) ‘지금 당장 봤으면 좋겠다’ 하셔서 예비군 훈련 끝나자마자 바로 찾아갔죠.
감독님께서 저의 존재를 알고 계셨고, 전작도 모두 보셨더라고요. ‘네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굉장히 빨리 결정을 내려주셨어요. 믿어주신 것이 정말 컸죠. 감독님께서는 저의 장점으로 익숙함을 꼽으시더라고요. 오랜만에 연기를 해도 친숙함이 있는데 그 점이 장서준 역할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셨다고 나중에 말씀해주셨어요.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구 |
상대역이고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윤현수를 맡은 최정윤 누나도 절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 힘든 시기가 있잖아요. 누나는 오랜 만에 복귀해서 촬영장에 서있는 저를 보면서 그런 걸 떠올리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선배님이시고 해서 굉장히 어려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먼저 손을 ‘척’하고 내밀어 주시더라고요.
첫 촬영 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대사도 없는 정말 쉬운 신을 찍게 됐어요. 몸 풀라는 의미의 신이었는데, 그것도 굉장히 오래 찍었거든요. 환경이 몸서리 쳐질 정도로 낯설었으니, NG가 많이 날 수 밖에요. 그 날이 정윤이 누나와 첫 만남이었는데, 누나가 다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걸 바탕으로 더 힘을 받아서 연기한 것 같아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냐고요? 당연히 정윤이 누나죠. 저희의 ‘대장’이셨으나까.(웃음)
◇패기 넘치던 20대, 그리고 4년 공백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전부 적응했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기계도 안 돌리면 녹이 스는데, 연기도 4년을 안 하면 정말 감 잃거든요. 4년 동안 뭐 했냐고요? 일단 군대를 다녀왔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세상이 이미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주변에서 저주처럼 내려오던 ‘군대 다녀오면 연예인들은 복귀하기 힘들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저도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생겨버리더라고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그냥 쉬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요.
전 지금도 SNS를 일체 안 하고 있어요. 그 때 다 안 하게 됐어요. 주변에서 잘 되는 모습들을 보면 축하해주는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 ‘나는 지금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정말 크게 들고 그 생각들이 상처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안부처럼 묻는 ‘요즘 뭐하니’라는 말에 대답할 것도 없고, 그게 상처가 되고, 무서워지고. 이런 제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친구들과도 안 만나게 되고. 그만큼 힘들었어요. 요즘 취준생들의 심정이 이럴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연예인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 똑같고, 다를 바 없어요.
제 나이 또래 배우들은 모두가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해요. ‘연기를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 저 또한 쉬는 동안 정말 깊게 고민했고요. 예전에 이규한 형이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은퇴를 하고 사업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100% 공감했죠. 저도 쉬는 동안 카페에서 일을 해볼까, 보드 묘기를 배워볼까 별 생각 다했어요. 일단 그렇게 계속 놀 수는 없으니까 직업 자체를 바꿔볼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마음 한편으로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 잘 손에 잡히지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연기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편, 장점이 뭔지 같은 걸 고민하게 됐고, 변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MBC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 누나랑 전에 작품을 함께 해서 정말 친해요. 그런데 누나가 SBS ‘힐링캠프’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할 때 무엇이든 바짝 해놓을 거다. 인기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라고요. 저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20대의 저는 정말 패기 넘쳤어요. 2003년도 데뷔해서 매년 작품을 했는데, 저는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거예요. 그런데 공백기를 겪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180도 생각이 달라졌어요. 시청자 분들은 드라마가 끝나면 새로운 드라마를 찾기 마련이에요. 제가 역할을 맡아 보여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어필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구 |
◇‘착한 이미지’ 배우 1순위 되고파
제가 ‘청담동 스캔들’ 속에서 거의 유일한 ‘착한’남자로 나오거든요. 그동안 꾸준히 그런 역할들을 해왔어요. 옛날에는 착한 이미지로만 고착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처음 제가 데뷔했을 시절에는 연기자는 연기만, 가수는 노래만 하면 되는 시대였어요. 굉장히 옛날 얘기하는 것 같죠?(웃음) 하지만 지금은 ‘영역 파괴’가 많이 일어나고, 연기 흐름도 바뀌고, 다재다능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전 다재다능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무언가의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 왔는데, 그걸 저의 장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순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가 장점이고, 이걸 앞세워야겠다고 아예 생각을 바꿔버린 거죠. 물론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서 ‘대한민국에서 착해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누가 있지?’라고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훨씬 경쟁력 있고,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비슷한 이치로 일일극에 많이 나오는 것도 제가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일일극과 미니시리즈는 촬영 기법부터 달라요. 미니시리즈는 카메라 한 대로 끝난다면, 일일극은 카메라 서 너대로 돌아가는 식이죠. 찍는 기간도 많게는 6개월 가까이 차이가 나고요. 촬영을 하는 8개월 동안 제 자신도 지치지 않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지겹지 않은 캐릭터를 묘사해야 하는 것도 있고, 소위 얘기해서 ‘힘줄 땐 힘주고 빠질 땐 빠지는’ 것이 일일극에서는 필요하고요. 본의 아니게 저는 계속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노하우도 생겼어요. 시청자 분들도 저를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봤는데’라는 익숙한 느낌을 받으시기 때문에 홈드라마에 많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것 같아요. 이것도 저만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죠.
옛날에 유지태 선배님이랑 한 회사에 있을 때, 유지태 형을 보면서 참 많이 느낀 게 있어요. 그 형은 그렇게 톱스타의 위치에서 연기를 잘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꼬박 꼬박 연기를 배우러 다니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항상 자신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겸손하고. 그런 걸 꼭 닮고 싶어요. 몸에 자연스럽게 뱄으면 싶고요. 그러려면 계속 노력해야 겠죠. 신념있고, 겸손하고, 항상 노력하는 그런 배우가 될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