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를 앞두고 지상파 3사가 새 단장에 나섰다. 저마다 그럴듯한 슬로건을 내걸고 변화의 물결을 암시했지만 또 무늬뿐인 개편이 아닐지, 지상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해 지상파 예능은 끊임 없는 ‘위기론’ 속에서 비 지상파 프로그램들과 비교를 당해왔다. 새 프로그램을 선보일 때마다 어김없이 타 방송 ‘베끼기’ 논란에 휩싸인 데다 일찌감치 자리를 옮겨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지상파 출신 스타 PD들의 활약 덕분에 신세는 더욱 초라해졌다.
평일 예능은 3%대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고 목표를 아예 5%로 잡는 경우도 다반사다. 케이블은 물론 종편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고, 톱스타를 내세운 몇몇의 프로그램은 방영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조기 폐지됐다. 그나마 예능 최고의 편성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 예능만이 간간히 10%대를 웃돌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상파 예능의 부진에 많은 이들은 채널의 다양화 속에서 케이블 채널의 공격적인 투자와 제작 환경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내부적인 소통 문제와 인재 양성의 소극적인 지원, 안정성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문화 등을 지상파 예능의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지나친 경영진의 간섭,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방해하는 경력·서열 위주의 문화 등이 젊은 인재들의 도전 의식을 무기력화 시키고 있다”면서 “후배들을 제대로 혼내고 또 이끌어 줄, 고위층과 젊은 후배들 사이의 간극을 좁혀줄 실무진의 층도 너무 얇아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그것이 실제로 제작되기까지 장애물이 너무 많다”면서 “새로운 도전 보다는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것을 수정·보완하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콘텐츠 개발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PD 역시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고민이 적다. 이미 물살을 타기 시작한 트랜드만 업그레이드 해 빠른 효과를 보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면서 “지상파이기 때문에 더 유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 트랜를 선도하려는 의지가 대체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결국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같은 두터운 팬 층을 기반으로 한 고전 예능만이 위기와 극복을 반복하며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년전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된 ‘리얼 버라이어티’ 이후 지상파 예능이 개척한 새로운 분야란 없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은 어느새 비 지상파 분야의 담당이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콩트 코미디, 금요 드라마, 일반인 참여를 확대한 리얼리티쇼 등 케이블 채널에서 선보인 콘텐츠들을 변형해 선보이는 게 관행이 됐다. 결국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지상파 예능은 몇 년 만에 '만년 위기설'에 휩싸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제는 진정 지상파 예능의 ‘자기반성’과 ‘발전’이 절실할 때다. 새로운 대박 상품의 개발이 없다면 ‘위기’의 극복은 없다. 그렇다면 지상파 예능은 결국 비지상파 예능들의 아류만 생산하는 허울 뿐인 대형 공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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