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같은 베게’ ‘사랑은..하나다’ ‘독설’ 등 다수의 곡으로 감성을 전하던 가수 테이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어! 가수 테이네’라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연기력’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럽게 무뎌질 수도 있다. 하지만 테이는 ‘가수니까’라는 떨쳐버릴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우려’를 훌훌 날려버렸다. ‘뮤지컬 배우 테이’라는 부름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테이가 군대 제대 후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스가의 비밀’(이하 ‘셜록홈즈’)로 관객들을 찾았다. 입대 전 올랐던 ‘셜록홈즈’무대에 군대 제대 후 다시 올랐다. 분명 대중들이 반가워할 만하다. 이에 대해 테이는 환하게 웃으며 “다 잊혀 진 거 같다. 너무 편하게 잘 다니고 있다”며 “원래 시선을 잘 신경 쓰지 않고 다니는 편인데, 군대 갔다 와서 여기저기 더 잘 다니고 있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셜록홈즈’ 아담과 에릭, 창법 다르게 표현했다”
↑ 사진= 클립서비스/ 디자인= 이주영 |
테이 역시 역할에 수도 없이 고민한 흔적을 보였다. 그는 “고민이 많았다. 아담은 너무 외롭고, 정신병이 있을 정도로 강박증이 있는 인물이다. 강압 받는 삶의 무게가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동생 에릭이 다 해줬다”며 “그래서 날카롭게 콧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뱉어내는 말소리와 노래 소리가 같은 발성으로 하는 것이 정석이다. 아담은 날카롭게, 성악 발성을 가미했고, 에릭은 테이 목소리로 했다”고 덧붙이며 작품 속 “나가 있어”라는 대사를 에릭과 아담의 각각 버전으로 직접 표현해 보였다. 확연히 달랐지만, 또 같아 보였다.
“군대에서 성악 병이었다. 아마 저번 보다 ‘노래’부분에서는 듣기 더 좋을 것”
테이는 ‘셜록홈즈’를 처음 접했을 때 대사 외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심리문제였다. 같은 듯 다른 두 인물을 다른 듯 같게 연기하기는 매번 무대에 오르면서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난제였다.
이에 대해 테이는 “초연 때는 진짜 아담은 나오지 않고, 에릭이 말하는 아담만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담과 에릭이 둘 다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테이는 아담과 에릭, 루시가 했던 사랑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푸른소금’의 송강호의 대사 “네가 생각했던 사랑이 빨간색이라도, 세상에는 노란색, 파란색 사랑이 있다”는 대사를 읊조리는데 이어 “아담과 에릭, 루시의 사랑 방식이 달랐던 게 아닐까. 자신 만의 색깔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진지한 생각을 밝혔다.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하나’, 벽을 허물어준 작품”
하지만 궁금한 건 ‘연기’였다. 과연 연기를 배우지 않고 쌍둥이 역할에 그토록 이입할 수 있을 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테이는 “소속사 모르게 연기를 배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과거 출연했던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하나’를 언급했다.
“내가 약간 남자 기질이 있다. 승부욕. 누구한테 지는 건 받아들일 수 있는데, 내 자신이 포기하는 건 속상하다”
본이 아니게 접하게 된 정극에 테이는 연기를 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발연기라고 할지 몰라도 재밌더라.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것과는 달랐다”며 소속사 몰래 연기수업을 받은 것을 밝히는 데 이어, “누군가의 감정을 받으면서 뭔가를 다시 접한다는 게 따뜻했다. 희열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혼자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가수를 하면서 혼자 조용히 배웠을 만도 한데, 그는 이미 접근 방식을 간파하고 있었다. 테이는 “노래를 했기 때문에 연기를 배우면서도 뭐가 중요한지 알겠더라”며 “잘하는 사람들의 연기도 보고, 필터링 할 수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로서 어느 정도 한계를 깨달을 시점에서 찾아온 ‘연기’는 처음에는 ‘부담’이었지만, 어느새 ‘앞으로 갈 길’이 돼 있었다.
테이, 오락실과 만화방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어 “주로 운동하는 곳이나 만화방, 오락실 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점점 찾아볼 수 없는 오락실의 존재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테이는 “오락실이 점점 없어지는데, 구석구석 찾아내면 반갑다”며 대학로에 자리한 오락실을 언급하고는 “거기 알지 않느냐. 나도 거기 몇 번 가봤다”며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테이는 운동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운동은 어렸을 때 농구를 주로 했다. 요즘에는 골프를 배우고 있다”며 “누가 가르켜주진 않지만”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테이는 골프에 대해 “진짜 어렵다. 골프는 연습 없이는 안 된다”라더니 “‘인생 골프’라는 말이 있듯이, 연습 없이는 안 맞는 게 골프다. 99프로, 노력한 만큼 될 때도 있고, 노력해도 안 되기도 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뮤지컬은 앞으로도 진지하게 할 생각”
군대 제대 후, 처음 갖는 인터뷰니만큼 다소 떨리거나, 남다른 각오가 있을 듯 싶었다. 하지만 테이는 “긴장 안 된다. 사람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내 얘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수더분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테이는 ‘셜록홈즈’ 에릭과 아담 역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외적인 것만 멋있어 진다면 나중에 무너질 거 같다”는 말로, 테이는 혼이 빠진 연기는 들킬 수 있기에, 작품에 녹아들려고 노력한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특히 테이는 “앞으로도 뮤지컬을 진지하게 할 생각”이라고 힘있게 말했다. 제대 후, 다른 작품은 생각도 안 하고, 받아들인 ‘셜록홈즈’에 대해서도,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고 후회가 아닌 ‘또 다른 시작’의 뜻을 내비쳤다.
혼자 무대에서 감성 가득한 노래로 관객들을 휘어잡던 테이와, 무대 위에서 감정에 몰입하는 테이의 모습은 마치 ‘셜록홈즈’의 아담과 에릭처럼 굉장히 닮아있으면서도 같은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뮤지컬 배우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다른 이름으로 만나게 될 테이의 이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