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동네에 산다. 그래도 동네 영화관은 늘 북적인다.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개봉 당일인 17일 오후. 반 이상의 객석이 찼다. 나이 지긋한 분들도 꽤 눈에 띈다. ‘평일 신작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은 조용히 영화를 봐야 하는 곳이건만 중년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딴에는 조용히 말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다 들린다. 이번뿐이 아니다. 이 영화관에서 몇 차례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그 소리가 거슬리기도 했는데 귀 기울이게 한다. 일반 관객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생을 위해 파독광부가 되고 월남전에 나서는 덕수(황정민)를 보고 “맞아 저 땐 저랬어”라고 하고, 오빠의 등골을 빼는 끝순(김슬기)에게는 “에구 얄미운 것”이라고 바로 반응을 한다. 구두닦이 하는 어린 시절 덕수 앞에 나타난 사업가를 보곤 “정주영이여? 아따 닮았네?”라고, 월남에서 총을 든 유노윤호를 보고는 “남진? 하하하”라며 웃는다.
어린 시절 덕수가 손을 놓쳐 잃어버린 동생을 만난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중년 여성은 언제 웃었느냐는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이 외에도 국제시장은 관객을 손뼉 치게 하거나 폭소케 하고, 눈시울을 붉게 만드는 장면이 상당하다. 공감 코드가 많다는 말이다.
타깃은 분명 40~60세 어른들이다. 한국의 어려웠던 시기를 관통하고 살아온 이들이 대상이다. 물론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어른들에게는 과거의 고생과 한국을 이만큼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을, 어린 세대들에게는 아버지 세대들의 희생을 생각하게 한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0대 청년부터 70세 노인까지 연기한 황정민이 우리 시대 가장이자 아버지를 대변한다. 영화에는 한국 근현대사가 얇지만 넓게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20~30대가 주 관객층이긴 하지만 요즘 흥행의 바로미터는 아이들이나 중년 관객이 관심을 두고 영화를 보느냐다. 개봉 첫날 관객 수는 외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 밀려 18만여명을 동원해 2위를 기록했지만, 상영관의 분위기를 보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시장’은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면 진부하거나 무거워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황정민을 앞세워 오달수와 김윤진 등이 군데군데 웃음을 준다. 역시 윤제균 감독의 상업적 감각은 살아있다. 웃음과 감동의 코드를 아는 연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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