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ocus] ‘직캠’은 어떻게 대세 아이돌을 만들었나 (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유튜브 검색창에 ‘직캠’을 입력하면 걸그룹 베스티, AOA, 스텔라, 달샤벳, EXID, 나인뮤지스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팬들은 수많은 아이돌을 찍으면서 콘텐츠를 생산한다.
직캠은 어엿한 문화가 됐다. ‘팬이 직접 찍은 영상’은 높은 조회수로 인기를 끈다. 직캠은 주로 멤버 한 명을 집중 촬영한다. 제작자의 로고도 새겨져 있다.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이다.
직캠 제작자, 이른바 ‘찍덕(사진 찍는 덕후)’은 매우 열성적이다. 가수들의 일정을 거의 따라다닌다. 현장에서도 ‘대포 카메라’를 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기자들과 헷갈릴 정도로 전문가 냄새를 풍긴다.

▲ 영세 기획사와 직캠 촬영자의 ‘악수’
셀 수 없이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틈에서 신인이 이름을 알리기는 어렵다. 방송 출연조차 녹록지 않다. 자연스럽게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잊혀진다. 영세 기획사들은 마케팅을 위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야 했다.
영세 기획사가 손을 뻗은 대상이 ‘찍덕’이다. 찍덕 입장에서는 기획사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다. 유대 관계가 생기면 일정 파악 등 편한 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연예기획사 베스트윌엔터테인먼트 권영준 대표는 “비인기 가수나 신인그룹의 경우 기획사가 ‘찍덕’에게 직접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유튜브에서 조회수 상위권에 있는 사람에게 촬영을 부탁한다. 신인 걸그룹 대표나 매니저가 행사장에서 직캠 촬영자와 함께 같이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속사가 한 찍덕에게 비공개 행사 일정을 독점 제공하는 경우, 그 찍덕은 희귀한 영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또 조회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서로 윈윈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직캠은 비공식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수들도 고마워한다. 최근 직캠의 힘으로 차트 역주행, 음악방송 재출연 등 돌풍을 일으킨 EXID는 한 음악방송에서 “촬영자에게 밥 한끼 대접하고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찍덕’들은 오히려 덤덤하다. EXID의 ‘위아래’ 공연 직캠으로 그들 인기몰이에 한 몫 한 촬영자는 “취미로 촬영한 영상이 가수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 ”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이들은 ‘찍덕’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할 일 없이 연예인만 쫓아다닌 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이다. 단지 취미생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직캠 제작자 A씨는 “일과 별개로 여가 시간을 활용해 다닌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그 모습을 공유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카메라를 갖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런 문화가 없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도 훌륭한 시대인 만큼 비용도 크지 않고 제작이 수월하다. ‘덕후 문화’ 때문에 팬들의 성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환경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 新 등골 브레이커? 저비용 고효율!
일각에서는 직캠족을 두고 ‘신(新) 등골 브레이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직캠에 필요한 카메라는 고가다. 직장인들도 구입하기 어렵다.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은 용돈을 탈탈 털어도 부족하다.
또 일정을 따라다니려면 교통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 지방투어의 경우 1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 행사 성수기에는 한 달에 수없이 많은 일정이 잡힌다. 돈이 없으면 직캠 촬영도 불가능하다.
권영준 대표는 “직캠 제작자는 10대 학생부터 50대 중후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며 “그 중 유명한 제작자는 대부분 30대 중반~40대 중반이다. 이들은 경제적 여건이 되는 직장인으로 좋은 장비들을 가졌다. 평일 낮을 제외한 평일 저녁, 주말에는 항상 촬영을 간다. 이게 곧 여가 생활이다. ‘찍덕’을 하다 정식 사진기자나 PD가 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이 직캠 활동을 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좋은 화질을 위해 고성능 장비에 무리하게 돈을 들이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다. 직캠 활동을 하는 미성년 학생들에게 ‘신(新) 등골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러나 ‘등골 브레이커’라는 지칭은 타당치 않다는 반박이 나온다. 카메라, 렌즈 대여점이 활성화 됐기 때문이다. 카메라나 렌즈는 유행에 따라 사용하는 제품이 달라 대여비가 유동적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장망원 촬영에 유리한 제품이 인기다. 보호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한 대여점 관계자는 “적당한 가격대에 활용도 높은 제품이 인기다. 하루 기준 3만~10만원에 빌릴 수 있다”며 “제품 손상, 도난 등에 대비해 보호자의 동의를 꼭 받는다”고 설명했다.
직캠 열풍에 따른 수요 상승에 대한 안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