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2014 방송가를 얼룩진 사고 대부분은 극우 성향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준말)’와 관련돼 있었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일베 논란으로 방송사들은 몸살을 앓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시청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JTBC ‘비정상회담’의 기미가요 사태, 방송가를 둘러싼 여러 소송들이 이어지면서 2014 방송 사고 정점을 찍었다.
◇ 일베 논란이 점령한 방송가, 어쩌나
올해 가장 먼저 일베 논란 포문을 연건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었다. 고려대학교 마크 대신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가 합성된 이미지를 사용했던 것. ‘런닝맨’ 측은 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는 일베 논란의 서막에 불과했다.
지난 10월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배우 차승원의 친부 논란을 보도하다가 사건과 관련 없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실루엣을 사용해 비난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의 실루엣으로 이와 무관한 고인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고인 및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며 프로그램에 경고조치를 내렸고, MC 김국진이 차후 방송으로 사과하며 일단락짓는 듯 했다.
그러나 KBS2 ‘개그콘서트-렛잇비’에서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 이미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노 전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교묘하게 합성한 장면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하게 반복되는 일베 논란에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에 SBS가 자사에 등록된 이미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사진=SBS·MBC 방송 캡처, 디자인=이주영 |
◇ 기미가요 사태와 소송까지, 얼룩진 2014 방송가
지난 10월 ‘비정상회담’은 일본 대표 대신 출연한 다케다 히로미츠가 등장하자 BGM으로 기미가요를 깔아 논란에 휩싸였다. 기미가요는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일본 국가로 국내에선 금기시되는 노래.
‘비정상회담’ 측은 “부적절한 음원이 사용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음악 작업 중 세심히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했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침략 의미를 지닌 기미가요를 튼 걸 실수라고 넘길 수만은 없다며 폐지 요청까지 쇄도했다. 또한 이는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져 민심이 떠났음을 보여줬다.
방송가 내 소송도 눈길을 끌었다. 인기 만화가 강경옥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설희’의 줄거리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며 SBS 히트작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드라마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강 작가 측은 “2007년 11월부터 주요 유료만화인터넷사이트 등에 연재한 만화 ‘설희’ 줄거리와 ‘별그대’의 줄거리가 매우 유사하다. 방송 내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분쟁해결이 원만하게 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고 지금까지도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SBS 새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측도 제작 직전 출연을 고사한 김수로, 김정은에게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측은 “김정은, 김수로 두 배우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로 도리어 제작사와 프로그램 제작진의 명예가 실추될 우려가 잇다는 점,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법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아직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로 방송가에 또 하나의 얼룩을 남길지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