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2014년에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유난히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한 해였다.
‘쪽대본’이라는 말이 당연시 될 만큼 촉박한 드라마 촬영이 일반적인 방송계에서는 그간 높은 완성도와 보다 나은 제작 환경의 대안으로 사전 제작 시스템을 꼽아왔다.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2014년에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한 드라마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제작 방식을 향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전 제작 시스템을 향한 시도
tvN 일요드라마 ‘삼총사’는 시즌제로서는 최초로 사전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작품이다. 8월 방송을 시작한 ‘삼총사’는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는 점 때문에 눈길을 모았다.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반(半)사전 제작 시스템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가 이미 9회 분을 촬영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 사진 제공=CJ E&M |
하지만 ‘나쁜 녀석들’의 경우는 다르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드라마의 완성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조동혁은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대본이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촬영해 대본을 몇 번이라도 더 보고 들어갈 수 있어서 NG도 적었고, 감정 연기 부분으로도 몰입이 더 잘 됐다”고 말하며 “단점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할 정도로 사전 제작 시스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케이블 방송사는 편성의 자유로움과 지상파 방송사보다 제약이 적다는 점, 시청자 타겟층이 확실한 점 등으로 사전 제작 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분명 사전 제작 시스템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완성도 높은 연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다. 케이블 방송사의 사전 제작에 대한 움직임은 보다 발 빠른 도입으로 사전 제작 시스템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시간 피드백 無, 예측불허한 불상사…풀어야할 숙제
하지만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사전 제작 시스템이 아직 한국 방송계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제작 방식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주로 제작이 결정된 후 연출진이나 배우의 라인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사전제작 여부를 미리 논하기 어렵고, 사전제작이라고 해도 배우들의 향후 스케줄을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다.
↑ 사진 제공=CJ E&M |
불상사가 생긴 경우, 이미 촬영된 분량에 대한 편집이 어렵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MBC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같은 경우 촬영 도중 배우 전양자가 세모그룹 유병언 사건에 연루돼 편집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분량을 축적해놓은 상태여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도전은 계속된다
최근 살인적인 스케줄, 시간에 쫓겨 완성도가 미미한 채로 방송되는 드라마가 속출하는 등 방송가 전반에 ‘쪽대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같은 경우는 대본이 초반에 다 나왔을 만큼 미리 제작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양한 드라마에서 경쟁력 중 하나로 미리 나오는 대본, 급하지 않고 꼼꼼하게 제작되는 환경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방송계 속에서 ‘나쁜 녀석들’은 시즌2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시 사전 제작 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전 제작 시스템에 대한 남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케이블 방송사가 케이블만의 장점들을 이용해 과연 이를 방송가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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