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KBS에게 2014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미니시리즈의 부진이 이어졌으며 소송에 휘말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도전’으로 대하사극을 부활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일일극과 주말극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 미니시리즈, 시청률 참패행진
올해 KBS 미니시리즈는 굴욕의 연속이었다. 연애 이야기로 가벼운 소재를 다루거나 만화 원작을 드라마로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대부분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부진 행진을 이어갔다.
이중 ‘태양은 가득히’는 2.2%의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손꼽힐 만큼 굴욕적인 시청률을 남겼다. ‘예쁜 남자’ 역시 자체 최저 시청률 2.9%를 기록, 평균 시청률이 5%대를 넘지 못하며 굴욕을 안고 종영했다.
하반기로 넘어갈수록 미니시리즈의 성적은 더욱 땅을 쳤다. 젊은이들의 연애담을 담은 ‘연애의 발견’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PPL과 토끼 학대 논란 등의 휩싸이는 등 최고 시청률은 7.7%를 기록하며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몸에서 칼이 돋는 남자가 등장하는 다소 생소한 소재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극과 극 반응을 불러 모았던 ‘아이언맨’은 평균 5%대 시청률로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다 결국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내일도 칸타빌레’ 역시 굴욕을 면치 못했다. 일본의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국내판 리메이크 드라마였던 ‘내일도 칸타빌레’는 과장된 연출과 음악 싱크로율, 배우들의 연기 등이 지적되면서 2% 부족함으로 아쉬움의 목소리를 남겼다. 마지막회 시청률 4.9%를 기록하면서 ‘내일도 칸타빌레’는 끝까지 시청률의 부진 행진을 깨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 굴욕 행진 속 빛줄기가 된 주말극
올해 KBS 미니시리즈가 바닥을 친 가운데, 그나마 주말극의 강세는 여전히 이어져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KBS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중 하나는 단연 ‘정도전’이다. 미니시리즈의 부진한 성적 속에서 ‘정도전’은 대하사극의 부활을 제대로 알리며 존재감을 빛냈다. 시작부터 대본,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로 삼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지면서 ‘정도전’은 명품 사극으로 등극했다.
특히 유동근, 조재현, 서인석, 안재모, 임호 등 여러 배우들의 활약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 것은 물론, 살아있는 대사와 진정한 리더에 목말라 있던 현대 사회에 명확한 리더상을 제시해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웰메이드 사극’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확보했던 ‘정도전’은 평균 15%대 시청률과 최고 시청률 19.8%를 기록하는 등 KBS 드라마의 굴욕 행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게 했다.
드라마는 시청률 40%을 눈앞에 두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역시 KBS 드라마의 체면을 살리고 있는 드라마다. 평균 시청률 35%를 기록하고 있는 ‘가족기리 왜이래’는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이 시대의 자식바보 아빠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소송’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차씨 집안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웃음과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 KBS 드라마, 논란과 법정싸움에 휘말리다
2014년에는 KBS 드라마가 시작부터 유독 시끄러웠다. 150억 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했던 ‘감격시대’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었다.
문제는 ‘감격시대’의 제작사에서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출연료 미지급에 결국 참지 못한 이들은 촬영 거부로 의사를 표현했고, 촬영 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제작사는 출연료를 순차적으로 지급했다고 입장을 내놨지만 하반기까지 사태의 불씨는 꺼질 줄 몰랐다.
또한 드라마 중반부에는 갑자기 작가가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24부작 드라마 집필에 부담을 느낀 신인 채승대 작가 대신에 박계옥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작가 교체와 함께 스토리도 변화되면서 김재욱이 하차하기도 했다.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왕의 얼굴’은 제작 과정에서부터 논란에 휩싸이면서 세간을 집중시키는 대상이 된 바 있다. 지난 8월 영화 ‘관상’ 측이 KBS와 드라마 제작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관상’과 시대 상황만 바꾼 ‘왕의 얼굴’이 표절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관상’ 측과 ‘왕의 얼굴’ 측이 법적 공방을 벌였고, 지난 10월 ‘왕의 얼굴’에 대한 영화 ‘관상’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건은 종료됐다.
◇ 미리보는 2015년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
KBS는 내년에도 다양한 드라마를 내놓을 예정이다. 1월부터 막강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을 계획이라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월 방송예정인 KBS1 ‘징비록’은 류성룡이 집필한 징비록 내용을 담은 드라마로 임진왜란 발생 전부터 노량해전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던 ‘정도전’에 이어 명품사극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월부터는 금요일에도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새 금요드라마 ‘스파이’는 이스라엘 드라마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하며,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건 도박에 나선 평범한 가정주부와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난 아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JYJ 김재중과 배우 고성희가 호흡을 맞춘다.
오는 2월 첫 방송될 KBS2 새 월화드라마 ‘블러드’에도 관심이 쏠렸다. 2013년 대한민국을 감동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던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와 기민수PD 등 ‘굿닥터’ 스태프 전원이 2년 만에 의기투합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블러드’는 국내 최고의 태민 암병원을 중심으로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생명의 존귀함과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뱀파이어 외과의사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안재현, 지진희, 구혜선 등이 호흡하는 ‘블러드’는 신선한 주제와 시도로 ‘의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굿닥터’ 이후 또 어떤 ‘명품 의드’가 탄생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