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검사, 기자들이 평일 오후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월화드라마인 KBS2 ‘힐러’ MBC ‘오만과 편견’,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등 전문직들을 다룬 드라마에 SBS 새 월화드라마 ‘펀치’까지 가세하면서 이른바 전문직 드라마 풍년 현상을 완성한 것. 전문직을 다룬 드라마들이 왜 한꺼번에 몰린 것일까.
15일 오후 ‘펀치’가 대검찰청 검사들의 권력 암투와 정의 구현을 주요 줄거리로 월화극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날 첫 회에서는 검찰총장 직을 노리는 공안 검사 출신 이태준(조재현 분)과 그를 보필하는 오른팔 박정환(김래원 분) 검사, 그리고 이들에게 위협적은 그린유치원 버스 급발진 사고를 캐내려는 정의파 검사 신하경(김아중 분)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가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꽉 붙잡았다.
‘펀치’는 무엇보다도 같은 시간대 방송한 ‘오만과 편견’과 검사라는 소재가 겹치지만 전혀 다른 색깔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오만과 편견’이 신참내기 검사들의 풋풋한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면, ‘펀치’는 권력과 암투에 집중해 묵직한 극 전개를 보여줬다.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게 골라볼 수 있는 다양성이 브라운관에 펼쳐진 것.
기자들의 세계를 다룬 ‘피노키오’와 ‘힐러’도 같은 소재 다른 볼거리로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피노키오’는 사회부 수습 기자들의 좌충우돌 취재기와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살인자를 갈등 축으로 놔 스릴을 더하고 있다.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등 청춘스타들과 진경, 이필모, 신정근, 변희봉 등 연기파 배우들이 어우러진 연기 대결도 ‘피노키오’의 관전포인트다.
↑ 사진 제공=SBS, MBC, KBS |
이에 반해 ‘힐러’는 노련미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스타기자 김문호(유지태 분)와 연예부 기자 박민영(채영신 분), 이들을 둘러싼 심부름꾼 ‘힐러’ 서정후(지창욱 분)가 서로 엮이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 진실을 파헤칠게 되는 로맨스 드라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을 집필한 송지나 작가의 컴백작으로 유지태, 지창욱, 박민영 등이 호흡을 재미와 감동,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다른 듯 닮은 전문직 드라마들이 홍수처럼 터져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직만의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그저 캐릭터 직업으로만 설정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은어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전문직 드라마 제작 열풍에 대해 “기존 드라마보다 새로운 걸 요구하는 시점이고 장르물을 즐기는 시청충이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요즘은 시청률이 굉장히 높은 드라마가 없어서 오히려 한정된 타깃층만 노려도 시청률 일정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장르물 제작 열풍을 불게한 것 같다. 또한 시청자들도 이런 드라마에서는 기존 작품과 달리 지금까지 안 다뤘던 소재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즐겨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