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그야말로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향토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만 알고보면 공안 검사 출신에 뼛속까지 차가운 이태준(조재현 분), ‘권력의 개’ 박정환(김래원 분), 치졸한 검사 조강재(박혁권 분), 그리고 이들과 대척점에 선 정의파 검사 신하경(김아중 분)까지 검사라는 하나의 직업에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SBS 새 월화드라마 ‘펀치’는 화려한 캐릭터쇼로 숨 돌릴 틈 없는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15일 오후 방송된 ‘펀치’에서는 그린유치원 버스 급발진 사고를 두고 정의파 검사 신하경과 권력을 위해 사실을 거짓으로 만드는 검사 박정환의 운명 같은 전쟁을 담아냈다. 이혼 부부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으로 갈등했고, 신하경이 조사하는 사건이 박정환 앞길에 걸림돌이 되자 이를 저지하며 이들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공안출신 검사이자 냉철한 야망가 이태준은 원칙주의자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이 자신을 검찰총장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낙방시키려고 인사청문회를 마련했다는 점에 고민했고, 자신의 오른판 박정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 사진=SBS "펀치" 방송 캡처 |
박정환은 자신의 미래도 걸린 일이라 흔쾌히 수락했지만,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치사한 견제만 들어오는 ‘이태준 왼팔’ 조강재나 너무나도 정의로워서 오히려 방해되는 신하경 등 거슬리는 세력이 넘쳤던 것. 무엇보다도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가 가장 절망적이었다. 이는 신하경에게도 전남편의 처지를 생각해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이처럼 ‘펀치’는 첫회부터 강한 캐릭터 쇼를 보여주며 강한 흡인력을 발산했다. 정점에는 이태준 역의 조재현이 있었다. 그는 공안 검사라는 부끄러운 과거에도 권력을 쥐겠다며 갖은 모사를 꾸미는 이태준을 능숙하게 재현해냈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면서도 야망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야누스 매력이 그 어떠한 배역보다도 큰 존재감을 발했다. MBC ‘왔다 장보리’ 연민정 이후 또 한 명의 제대로 된 악역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권력의 개로 살다가 한순간 세상을 위해 불의에 맞서는 박정환 역시 설득력 있는 캐릭터였다. 기찻길 옥탑방에서 사는 유능한 검사지만 앞길을 위해서라면 사실도 은폐하는 비열한 면모에서 돈보다 명예에 집착하는 성격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불의에 맞서 어떻게 멋지게 세상을 떠날지 고뇌하는 캐릭터로 변화하는 데에 당위성을 준다. 김래원은 이런 박정환이란 캐릭터를 크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차분한 톤으로 소화해내며 큰 변화도 시청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정의파 검사 신하경 역의 김아중도 어디 하나 튀지 않는 연기력으로 극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박정환과 단단한 대립각을 세운 여검사 역이라 억지스럽게 정의로운 느낌으로 재현할 수도 있었지만 어깨에 힘을 빼고 무던하게 연기하며 다른 인물들과 잘 녹아들어갔다. 또한 박혁권 역시 치졸하면서도 비겁한 조강재를 완벽하게 보여주며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펀치’는 다채로운 캐릭터쇼와 ‘추적자’ ‘황금의 제국’ 박경수 작가 특유의 필력, 탄탄한 내러티브로 검사(‘오만과 편견’), 기자(‘힐러’) 등 전문직으로 판을 친 월화극 시장에서 차별화를 둘 예정이다. 자신만만한 이들의 도전장이 주효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