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던진 메시지는 의외로 묵직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나쁜 녀석들’ 11회에서는 이정문(박해진 분)의 살인 사건이 모두 오재원 검사(김태훈 분)의 악행인 것이 밝혀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오 검사의 계략에 정태수(조동혁 분)는 오구탁(김상중 분)을, 박웅철(마동석 분)과 오구탁은 이정문(박해진 분)을 죽이려고 했으나 결국 이들은 서로를 향한 칼을 거두고 모든 일의 진실을 알고자 다시 동행을 시작했다.
↑ 사진=나쁜녀석들 방송 캡처 |
오 검사는 휘하가 모두 정태수와 박웅철에 당한 것에 이어 이정문 앞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말이 모두 녹음된 CCTV 영상을 증거로 유미영에 체포당해 악행의 막을 내리게 됐다.
오 검사 일행을 소탕하는 것에 공을 세웠지만, 이정문, 박웅철, 정태수는 결국 감형을 받지 못했고, 오구탁도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기로 했다”고 말하며 처벌을 피하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오 검사가 저지른 범행인줄 알았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유미영이 감옥에 갇힌 오구탁을 다시 불러내는 모습이 그려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 통쾌한 액션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주목받았던 ‘나쁜 녀석들’은 마지막회에서 오구탁 일행의 불행은 결국 편견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며 편견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편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정문이었다. 이정문은 오구탁의 딸을 포함한 연쇄살인사건의 주범으로 몰리며 복역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제물로 선택된 것은 단지 ‘싸이코패스’라는 점 때문이었다.
오 검사는 그가 싸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살인범으로 쉽게 몰릴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살인죄를 뒤집어씌웠다. 이어 이정문을 연쇄살인범으로 강하게 의심하는 오구탁의 확신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딸을 살인했다. 결국 오구탁은 꾸며진 모든 정황과 더불어 싸이코패스라는 편견에 휩싸인 채 이정문을 살인범으로 확신한 덕분에 딸을 잃었다는 비참한 결과와 마주해야만 했다.
이정문은 모든 전말을 알고 나서 김동호에 “왜 하필 나냐. 내가 싸이코패스라서?”라고 반문하는 한 마디는 모든 것이 싸이코패스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벌어졌다는 것을 압축해 보여주기 충분했다. 이어지는 이정문의 절규와 오구탁의 좌절은 편견이 불러온 비극의 끔찍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 사진=나쁜녀석들 방송 캡처 |
경찰들은 이에 남 청장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 보다는 4인방을 잡는 것에 혈안이 됐다. 남 청장의 시체가 발견된 낚시터로 향한 이는 오로지 유미영 경감뿐이었다. 남 청장의 사망 시간에 박웅철과 정태수의 전자발찌 위치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 오 검사의 조작에 순식간에 4인방이 살인범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만들어진 ‘사실’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는 이와 더불어 범죄자들의 법적인 처벌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오 검사의 모습을 통해 과연 지금의 사회가 범죄 피해자들에 합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오 검사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로 “살인범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주기 위해”라고 설명했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살인범의 아내를 죽인 것에 이어 자신이 맡은 사건의 범인 가족들을 한 명씩 살해했다.
물론 오 검사의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악행이었다. 하지만 살인범으로부터 아내를 잃은 후 폐인처럼 지냈고, 그 분노를 풀 곳이 없어 더욱 힘들었다는 오 검사와 김동호의 공통된 회상은 살인범을 잡아 형벌을 내리는 것이 범죄 해결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에 많은 생각을 안겼다. 또한 범죄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보상과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메시지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나쁜 녀석들’은 화려한 액션,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스토리의 탄탄함을 자랑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이에 과연 ‘나쁜 녀석들’의 시즌 2가 성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나쁜 녀석들’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 하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10월4일부터 방송을 시작해 13일 방송으로 끝을 맺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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