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3년 ‘올해 한 권의 책’으로 선정됐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10년차 백수 태만(김상경 분)을 딸 아영(최다인 분)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관객들을 자극했지만, 무엇보다 딸 아영의 시각으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배경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를 위해 이정우 미술감독을 포함한 10명 이상의 미술, 소품 팀이 힘을 합쳤다.
아는 감독님의 부탁으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 참여하게 된 이정우 미술감독은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 주인공들의 대사를 감안해 배경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에는 글만 있을 뿐 주인공의 성격, 나이, 취미 등 시각적인 부분은 적혀있지 않다.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을 잡아가는 게 1차적인 작업이고 그 후 전체적인 색상, 성격, 소품, 느낌 등을 세부적으로 정하는 게 2차 작업이다. 촬영 전 3~4개월 동안 이 작업을 진행하고 시작한다.”
↑ 사진제공=이정우 미술감독 |
“간혹 시나리오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개월 전부터 (배경 제작에 대한) 사전 약속을 했기에 당장 변화되는 건 힘들다. 무작정 콘셉트와 디자인, 색상이 변화되면 예산 문제도 있고 준비된 배경 수정에 대한 문제도 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고생을 많이 했다. (웃음) 극중 지수(문정희 분)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지금 허가가 안 된다더라. 집을 개조해 1층은 미용실 2층은 가정집 아니냐. 해당 공간은 인천에서 어렵게 찾은 집이다. 다행히 이 집은 10~15년 전에 허가를 받아서 안전한 집이다. 또한 PC방 장면 역시 어렵게 찾은 공간이다. 적은 예산 때문에 세트를 짓기보다는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조금 꾸미는 것으로 정했다. 광주에 있는 모든 PC방을 물색했는데 어울리는 곳이 안 나오더라. 불행 중 다행으로 운영하지 않는 PC방을 찾아서 장면에 어울리게 꾸민 후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다들 고생이 많았다.”
특히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다른 영화와 달리 아기자기하며 색상 역시 뚜렷하다. 콘셉트 디자인 단계부터 많은 신경을 쓴게 보인다. 이는 딸 아영이의 시각에 중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글만 적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화려하고 밝은 배경을 표현하게 됐을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가족영화이기에 관객들이 보기에 편하며 예쁘고 아기자기했으면 좋겠더라. 이를 위해 아영이의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파스텔 톤이 많고 리얼리티보다는 색상을 업 시켰다. 집중하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는데 지수가 남편 태만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이라는 식의 대사를 하지 않냐. 이 대사를 듣고 지수의 미용실을 꾸몄다. 잘 보면 지수의 미용실에는 재활용품이나 리폼한 가구 등이 많다. 이는 대사를 배경 표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 사진제공=이정우 미술감독 |
“연극은 리얼함 보다는 콘셉트적이고 함축적이다. 다양함보다는 한 무대에 모든 것을 다 담아야 되기에 그런 것인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다. 반대로 영화는 다양한 공간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물론 배경 때문에 감독과 나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최대한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에 내가 표현하려는 이미지를 추가하곤 한다. 미술은 완성도이지만 미술이 빛나는 영화는 없다. 연출이 빛나야 미술도 보이기에 완성도를 얼마나 올려주느냐가 미술감독이 가장 강조해야 될 부분이다.”
이정우 미술감독은 ‘아빠의 휴가’에도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팀과 함께 발휘했다. 준비기간이 별로 없었지만 열심히 작품에 임했다고 강조하며 “기대해도 좋다”는 만족감을 보였다.
“부산과 경주, 영광 쪽에서 중국 제작진과 함께 촬영했다. 통역이 있어도 약간의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이들의 정서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열심히 작업했으니 기대해도 좋다.”
↑ 사진=스틸 |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여러 명의 제작진이 많은 고생을 한다. 먼저 나와 세트, 소품 등을 정리하고 촬영을 지켜본 후 다른 세트장으로 이동해 촬영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촬영이 끝나면 해당 세트장으로 다시 이동해 원상복귀시키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다. 열악한 제작환경이 개선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bn_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