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에 있어 배경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덕수리 5형제’를 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촉즉발 위기의 상황이자 도움이 절실한 순간 “슈파 슈파 슈파 슈파. 우렁찬 엔진소리 독수리 5형제”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가수 윤도현의 목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운다. ‘덕수리 5형제’라는 영화 제목 때문에 대충 배경음악을 예상했지만, 퍼즐의 한 조각을 맞추듯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장면과 배경음악의 조화는 ‘신의 한 수’다.
‘덕수리 5형제’는 송새벽, 이광수, 윤상현, 2PM 황찬성, 이아이, 김지민이 출연하고 행방불명된 부모님을 찾기 위해 뭉친 배다른 남매가 결국 남매애로 하나 되는 과정을 담았다. 뻔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는 웃음과 감동, 기막힌 반전이 담겨 관객의 만족도를 조심스럽게 높인다.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배경음악의 사용이 감탄스럽다. 덕수리 5형제가 처한 위기를 강조하는 가하면, 때 아닌 단합(?)에서의 오묘함, 범인을 잡기 위해 뭉친 남매의 비장함 등을 음악으로 표현해 몰입 또 몰입하게 만든다.
↑ 사진제공=황상준 음악감독 |
황상준 음악감독은 2010년 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1년 제38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학생 때부터 순수음악을 전공으로 삼았고 영화음악과 무대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특히 대학생 때 이미 뮤지컬 음악 등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은행나무 침대2-단적비연수’ ‘울랄라 씨스터즈’ ‘낭만자객’ ‘간 큰 가족’ ‘궁녀’ ‘식객’ ‘미인도’ ‘시선 1318’ ‘댄싱퀸’ ‘남자가 사랑할 때’ ‘조선미녀 삼총사’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맨홀’ ‘숨’ ‘덕수리 5형제’ 드라마 ‘무신’ ‘로드 넘버원’ ‘달콤한 인생’ ‘개와 늑대의 시간’ ‘신돈’ 등 너무도 다양한 작품에 음악감독으로서 참여했다.
“‘덕수리 5형제’ 영화사와 다른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2년 전) 시나리오를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 받아본 ‘덕수리 5형제’는 지금처럼 재미있기보단 무거운 수사물에 가까웠는데 1년 사이 가벼운 이야기로 변경됐다. 전작 ‘맨홀’은 이미지가 많은 작품이었다. 고립된 인물 정경호와 정유미가 맨홀로 들어갔을 때의 고립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다. ‘해적’ 역시 재미있는 상황은 더욱 부각시켜준 것 같다. 이는 마상우 작곡가 겸 음악감독(‘맨홀’ ‘해적’ ‘스톤’ ‘조선미녀삼총사’ ‘남자가 사랑할 때’ 등)와 노형우 음악감독(‘해적’ ‘스톤’ ‘조선미녀삼총사’ ‘남자가 사랑할 때’ ‘동창생’ 등)과의 합심 덕분이다. (웃음) 관객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건 음악이 제 역할을 해낸 것이다. 때문에 ‘음악이 좋았어요’라는 이야기도 좋지만 ‘영화가 재미있었다’는 칭찬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
황상준 음악감독은 올해 5월부터 ‘덕수리 5형제’ 테마를 만들었다. 음악을 미리 준비했다기보다는 영화의 장면을 보고 테마 별로 중간 중간 감독을 만나 영상에 음악을 넣었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어울리는 장면에 넣는 게 음악감독의 일이다. 그러나 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음악이라 생각한다. 이 역시 관객들의 영화 몰입을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덕수리 5형제’ 역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흐름을 많이 고민했다. 또한 웃긴 음악은 없다. 영화는 시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자 한국 가족이야기를 담았기에 음악 자체의 멋짐보다는 오히려 톤과 색깔을 촌스럽게 했다. 우당 탕탕한 느낌이랄까. (웃음)”
영화를 본 관객들은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덕수리 5형제’ 속 윤도현이 부른 ‘독수리 5형제’는 영화가 끝나고 입에 맴돌며 여운을 안긴다. 다소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를 연상할 것만 같지만 전혀 아니고 튀지도 않고 딱 배경음악이 주는 효과 그 이상을 안긴다. 그러니 반할 수 밖에.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게 돕는 게 음악감독의 몫이다. 긴장보단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남매에게 새로운 일이 일어날 때는 좀 더 강하게,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큰 상황처럼 조화를 이루게 만들고 싶었다.”
“100% 만족한다. (웃음) ‘덕수리 5형제’ 촬영장에서 다들 애니메이션 노래를 들으면서 촬영했다더라. 근데 난 ‘독수리 5형제’에서 이질감이 느껴지고 낯설어 원곡을 사용을 반대했다. 원곡은 통쾌함과 경쾌함이 없다.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윤상현 또는 찬성이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윤도현이 주는 강렬함과 힘이 있기에 그를 추천했다. 다들 만족하고 찬성했다. (웃음) 개인적으로 윤도현에게 정말 감사하다. 힘 있는 가수이기에 목소리 자체만으로 좋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참여해줘서 정말 고맙다. 제일 윤도현스러우면 된다고 부탁했는데 역시 꾸밈없이 윤도현스러운 소리를 내줬다.”
↑ 사진=포스터 |
“바쁠 때는 정말 상상초월로 바쁘다. (웃음) 난 6시에 일어난다. 기상과 동시에 커피를 마시며 음악작업을 한다. 음악감독으로 오래 일하다보니 스스로에게 가장 완벽한 컨디션을 찾은 것 같다. 난 잠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가장 좋다. 음악감독으로 일하면서 힘들지만 많은 보람도 느낀다. 관객들 또는 음악전공자, 미래의 음악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메일이 오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기엄마인데 출산 후 엄마와 극장에 가서 ‘해적’을 봤다더라. 생애 처음으로 극장에 와본 엄마가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기뻐했고, 이 모습에 감동해 눈물이 났다더라. 장문의 감사 메일을 받았는데 나 역시 감동했고 힘이 났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음악감독으로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을 황상준 음악감독. 그가 밝히는 영화 속 배경음악의 효과는 무엇일까.
“음악감독은 작품을 가장 냉철하게 봐야 된다. 음악도 공부하지만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연출도 공부하는 게 좋다. 사실 영화 속 음악은 대단한 효과를 준다. 영화의 맥을 이어주거나 늪에 빠진 부분을 올려주는 관객과의 가장 1차원적인 소통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참여하고 한 장면 장면보다는 영화 전체를 보고 어울리는 지를 평가하곤 한다. 영화 일자체가 명예직이다. (웃음) 특히 제작진이 많이 힘들다. 늘 뒤에 있는 게 익숙하고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몰입한다. 촬영이 끝나도 완성까지 늘 바쁘다.”
↑ 사진제공=황상준 음악감독 |
“행복하다. (웃음) 가끔 후배 음악감독이 고민상담을 하면서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bn_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