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서울 종로에 오래된 설렁탕 가게가 있다. 10시간 이상 끓인 육수에 잘 삶은 고기를 넣은 이 집 설렁탕을 맛보는 이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유명세 때문에 가게를 찾은 젊은 고객들은 “너무 심심한데”라며 소금을 잔뜩 넣기도 한다. ‘하수’다. 소금 대신 깍두기 국물을 넣는 이들은 ‘중수’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그대로 맛을 보는 이들은 ‘상수’다. 싱겁지만 깊은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다양한 맛의 이 설렁탕 같은 느낌이다.
영화를 제시하는 주제는 확실하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참 힘들게 살아왔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초석 위에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고, ‘교육’ 등을 통해 어릴 적부터 접했던 내용이다. 때문에 젊은 관객들 입장에서는 ‘심심한 영화’일 수도 있다. 그 시대를 알고는 있지만, 쉽게 공감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이 영화는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의 삶을 통해, 2014년 현재 아버지로 살아가는, 아버지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들’(할아버지-아버지)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지금의 젊은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베트남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서 자신이 겪은 힘든 삶에 대한 불만보다는, 자식들이 그것을 겪지 않았음을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투적인 장면이지만, 그러기에 공감되는 장면이다. 손자 손녀까지 본 늙은 나이에도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그런데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우는 모습에서는 어느 순간 작아진 아버지를 보게 된다.
‘우리’(지금의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금도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고,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이들도 있다. 힘들어진 사회 때문에 그 가장의 무게를 처음부터 포기하며 자신만의 삶만 영유하는 이들도 있다. 전쟁과 가난, 이별을 겪으며 살아왔던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시대다. ‘국제시장’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벌써부터 나뉘고 있다. 비판하는 이들의 입장의 요지는 간단하다.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이를 모두 겪은 덕수의 삶과 현재의 아버지들을 동일하게 인식시키며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처음부터 ‘눈물’을 담보로 만들어졌고, 관객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요’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관객들이 웃음과 연계시켜 관람을 한 적은 없다. 단지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국제시장’은 앞서 언급한 설렁탕으로 치면 ‘상수’의 맛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깍두기 국물을 넣은 설렁탕처럼 ‘중수’로 볼 수 있다.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저 ‘담담하게’만 그려내며, 깊은 맛을 보이기에는 ‘상업적인 조미료’ 역시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덕수의 오랜 친구인 달구 역을 맡은 오달수나, 고모인 라미란, 사고뭉치 막내동생인 끝순 역의 김슬기에게 감초 맛을 내도록 했다. 비록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갖는 흡인력으로 인해 균형이 다소 불안정했지만, 이들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부응했다. 물론 ‘무리수가 아닐까’라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정주영, 남진, 故앙드레김의 젊을 적 모습과 이만기의 어릴 적 모습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한국사의 대표적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맛은 변하지 않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페이스북 facebook.com/you.neo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