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친절의 상징인 ‘교회오빠’를 연상케 하는 훈훈한 외모에 이보다 더 훈훈한 연기력, 연기를 향한 끝없는 욕심, 제작진을 생각하는 마음,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신예 변준석.
변준석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사소한 실수였던 일에 오해와 미움이 더해지면서 4명의 절친 우정이 큰 비극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그린 ‘못’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사실 이에 앞서 ‘귀’ ‘화려한 외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오는 2015년 2월에는 ‘스피드’로 또 다시 스크린을 찾을 예정이다.
주연으로 활약한 ‘못’에서 변준석은 친구들의 비극 원인 제공자 건우 역을 맡았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비중과 대사는 적어도 사건의 시작이라는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이다. 특히 사랑과 우정, 갈등, 비극 등 극과 극 감정을 오가야 됐기에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 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
“난 배우이고 연기 욕심이 많기에 다른 캐릭터와 달리 적은 분량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맡은 건우가 대사와 비중은 적어도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맡아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크다. 또한 큰 스크린으로 내 얼굴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좋다. 부산국제영화제 GV(관객과의 대화)때도 계속 강조했듯이 만족한다. 그러나 ‘못’ 촬영 당시 날씨가 너무 추워서 물에 들어가는 장면에서의 디테일을 많이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못’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함께 출연하는 형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건우에게는 경미를 만났을 때와 현명과 만났을 때, 성필 두용을 만났을 때라는 세 가지의 큰 감정틀이 있더라. 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현명을 만났을 때에 중심을 실었다. 경미와의 장면은 가장 예쁘게 보여야됐기에 연애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물속에서 현명을 바라보는 부분인데, 여기에서 건우와 현명이 눈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현명이 눈으로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만 같더라. 마치 부모님이 날 버리는 듯해 연기 도중 울컥했다.”
청소년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가 없었을 뿐더러, 20대 남자배우들의 대거 등장은 ‘못’에 관심을 쏠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독립영화이기에 상영관의 수 제한으로 영화를 관람할 기회가 적다. 이는 매우 아쉬운 상황이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될 한국 영화 산업의 문제다.
“‘못’을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적은 게 가장 아쉽다. 아직까지는 ‘못’을 못 본 관객이 많아 아쉽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정말 좋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던 변준석은 사실 건우 보다는 성필처럼 강한 역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훈훈한 외모 탓에 센 역보다는 주로 착한 역을 도맡았기에 더욱 그럴 터.
“건우 역도 만족하지만 성필 역이 탐났다. (웃음) 선한 이미지 때문에 주로 건우처럼 착한 역만 해왔다. 이젠 카리스마 있는 역을 연기하고 싶다. ‘스피드’에서도 역시 건우처럼 착하고 모범적인 인물이다. 때문에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일부러 강한 역을 연기한다. 여기에서라도 한을 풀어야 되니까. (웃음) 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지 않냐. 사실 나 같은 아이들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제부터가 연기의 시작이니 앞으로 꼭 강한 역을 맡고 싶다.”
‘못’이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만큼 영화를 접한 관객이라면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변준석 역시 촬영 내내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연기에 몰입했을까.
“난 고1때까지는 건우처럼 조용한 학생이었다. 매우 내성적이었는데, 고2때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성격이 쾌활해지고 외향적으로 변했다. 때문에 ‘못’ 대본을 보고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친구들 역시 ‘못’ 현명, 성필, 두용 같았다. 특히 경미와 같지는 않지만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나 역시 호감을 느껴 몰래 교제 한 적도 있다. (웃음) 친구와 많이 싸웠는데 오히려 돈독해졌다. 지금도 그 친구를 만나면 당시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친구와 노래방을 가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른다. (웃음) 마치 ‘못’에 나의 학창시절의 일부분이 녹아있는 듯하다.”
↑ 사진=포스터 |
“난 오디션을 보면 늘 일지를 쓴다. 떨어진 이유가 같더라. 긴장해서 엄청 떠는 것이다. 안 떨면 자신감이 생겨 연기도 자연스러울 텐데. 떨기에 대사도 잊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현장에서 상황만 제시해달라고 말한 후 즉흥 연기를 한다. 준비했을 때보다 즉흥 연기의 반응이 훨씬 좋다. 실제로 의자를 던진 적도 있고 담배를 태운 적도 있다. 다들 놀라더라. (웃음) 오디션을 많이 봤음에도 여전히 떤다. 안 떠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는 중이다.”
‘화려한 외출’ ‘못’ ‘스피드’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외의 현장 분위기 등을 익혔다는 변준석. 배우에게 있어 작품을 만날수록 연기적인 부분은 성장하기에 언제든지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와 제작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부족하다면 이는 곧 습관으로 이어지기에 쉽게 변화되기 어렵다. 때문에 변준석처럼 일찌감치 신인 때부터 현장 분위기를 익히며 제작진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른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현장에서 제작진을 대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화려한 외출’때는 내가 남자 배우이기도 하고 출연하는 배우도 적어 연기적인 부분외의 여러 부분도 신경 썼다. ‘못’은 함께 호흡을 맞춘 형들이 많은 부분을 알려줬다. 지금도 막내지만 당시에는 더 막내라 이것저것 알려주는 분들이 많았다. 나 역시 후배가 생기면 내가 받은 만큼 알려줄 것이다.”
이미 후배들을 위한 가르침까지 계획해둔 착한 선배 변준석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늘 인사를 열심히 잘하라는 등 부모님의 교육 덕분에 그는 현장이나 GV에서도 ‘90도 폴더 인사’를 하고 있다.
“내가 유명해지면 분명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며 이미 인사 등이 몸에 습관으로 남아있기에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는 왜 안 떠?’라고 재촉한다. (웃음) 가족 채팅창에 인터뷰 사진 등을 올리면 다양한 의견을 내주기도 한다. 이 부분이 초반에는 싫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정말 좋다. 아버지가 개그맨을 준비하다 떨어졌다. 그리고 방송 제작진으로도 잠시 일했기에 이쪽 일에 관심이 많다. 모니터링도 열심히 해주고 있어 응원이 된다. 나 스스로도 날 평가하는 게 좋지만 제3자의 눈을 통해 평가받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내가 아닌 제3자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정답 같다.”
↑ 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
“박신양 선배를 정말 좋아하기에 드라마 ‘쩐의 전쟁’을 엄청 많이 봤다. 선배는 호흡을 먼저 쓰는 것 같더라. 이는 인위적인 게 아닌 몸의 습관 같다. 내 생각에 가장 먼저 감정적으로 나오는 게 호흡인 것 같다. 나 역시 호흡을 잘 쓰는 배우가 될 것이다. 만약 기회가 닿아 박신양 선배와 연기할 수 있다면 엄청난 영광이고 너무 떨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