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유용석 기자 |
김장훈은 디지털 싱글 '살고 싶다'를 11월 18일 발표했다. 약 2주가 지난 오늘(12월 1일)에서야 그는 서울 서교동 한 클럽에서 쇼케이스 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간 방송 활동이나 별다른 프로모션은 없었다.
김장훈은 "어차피 흥행공식은 뻔하다. 우리 또래 가수가 차트 순위에 들려면 아이돌과 콜라보레이션(협업) 혹은 노이즈마케팅을 하면 된다. 지금의 나는 인디 가수나 다름 없다. 24년 노래 했으니 시대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닌, 시대에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그는 '예능계의 수도꼭지'였다. "틀면 나왔다"는 게 그 스스로의 표현이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송을 열심히 하다 보면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혼이 빠져 나가는 무언가가 있다. 5시간 이상 녹화를 하고 나서 공연장 무대에 오르면 나는 껍데기인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면, 김장훈 이승철 등 내로라하는 기성 가수들의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진 않는다. 예매 첫날 일정 수준 대량의 티켓이 팔려나간 뒤 다음부터는 하루에 100여 장 단위로 꾸준히 상승한다. 그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가수는 방송 출연을 하고 다양한 홍보 전략을 구사한다.
김장훈은 "그것이 순리일 수 있지만 이제 내가 그러한 흥행공식에 얽매일 때는 아닌 것 같다. 속된 말로 'X 팔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히트곡이 다수지만 '국민 가요'라 할 만한 곡은 없다. 그는 신곡 '살고 싶다'를 '국민 희망곡'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1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김장훈은 "'살고 싶다'의 마케팅 전략을 굳이 밝히자면, 한 마디로 '인디언 기우제'다. 쉽게 말하면 비가 올 때까지 하겠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김장훈의 히트곡 '사노라면'에 비하면 '살고 싶다'는 절망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자리에 서서 부둥켜 안고 싶고 위로 받고 싶지만 기댈 곳 하나 없다. 마음 줄 곳 하나 없다 / 힘들게 버틴다' 등의 노랫말이 그렇다.
김장훈은 "마지막은 '그래도 살고 싶다'"라며 "요즘의 국민 정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시대의 요구다. 걷기도 힘들게 하는 시절, 함께 손잡고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어려운 시절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자는 게 그가 던지는 메시지다.
그래도 김장훈의 고민은 있다. '독도 지킴이' '기부 천사' 수식어로 더 유명한 그이기에 가수로서의 정체성은 흐릿해졌다.
김장훈은 "앞으로도 사회적 발언을 하긴 할 거다. 내가 소셜테이너라는 건 사실 착시같은 것"이라며 "나는 이 세상에 있는 불합리에 깊은 분노를 갖고 있을 뿐이다. 내가 마음 먹고 한다면 지금보다 100배쯤 강렬하게 투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투쟁가나 혁명가가 아니다. 체 게바라를 꿈꾸지 않았다. 내 의도와 관계없이 변질될 수 있는 해석이 나오는 건 자제하려 한다. 우선 1년은 그런 식으로 지내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거부당했던 이승철과의 공조는 계속 된다. 김장훈은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된 것은 없지만 그와 협의해 음악적인 부분에서 독도 문제를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며 "민족적인 타이틀이 걸리면 가수로서 잃는 것이 많다. 이승철 씨가 그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용기 있는 결정을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만 그는 한류스타에게 독도를 이용한 애국심을 강요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앞서 몇 차례 일부 언론과 네티즌은 아이돌 그룹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김장훈은 "한류 스타 아이돌은 독도 문제에서 빠지는 게 맞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거다. 그들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 다른 기업도 발전시키고 있다. 독도 문제는 나나 이승철 정도의 내공이 있는 가수가 하면 된다. 그들에게 강요해봤자 이기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김장훈은 12월 6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전국 투어 '국가대표'를 시작한다. 12월 13일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골도니 씨어터’에서 공연도 한다. 전국투어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신곡 4곡을 싱글 형태로 한 곡씩 발표할 계획이다.
김장훈은 "소극장에서의 단독 공연은 6년 만이다. 설레고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면서 "화려한 장비 연출을 줄였다. 세월호 사건에 뛰어들면서 마음이 헛헛하다. 여운이 남는 공연을 하고 싶다. 딱 2시간 10분 공연만 해서 10분 진하게 울게 하겠다. 전처럼 4시간 해서 '가면 죽는다. 재미는 있으나 두번 갈 공연은 아니다"는 반응을 만들지 않겠다"고 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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