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맨 프럼 어스’는 존 올드맨의 말이 과연 사실일지 망상일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의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상상의 궤도를 만들어 내며,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대사는 그 세계에 촘촘한 연결고리를 맺게 한다.
이 작품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맨 프럼 어스’는 연극에서 챙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배우들의 ‘대사의 힘’으로 풀어냈다. 때문에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지식놀이에 머리와 눈을 맡길 수밖에 없고,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져도 난해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는 잔잔한 팝송이 흐르는 존 올드맨의 송별회에서 벌어진다. 돌연 떠나겠다고 선언한 존 올드맨에게 친구들은 아쉬운 마음과 함께, 과거를 떠올릴만한 사진을 꺼내든다. 사진 속에는 모두가 늙고 변한 데 반해 존 올드맨 만 변하지 않은 모습이 담겨있다. 친구와 5살 차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20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존 올드맨의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맨 프럼 어스’는 역사학 교수인 존 올드맨, 심리학 교수 월 그루버, 인류학 교수 댄, 미술사 교수 이디스, 생물학 교수 해리, 고고학 교수 린다의 다방면으로 박식한 교수들의 치밀하고 틈을 찾을 수 없는 지식 싸움으로 펼쳐진다. 때문에 긴장은 한시도 놓칠 수 없고 사건에 대한 이유 있는 뒷받침은 더욱 더 쫀쫀하고 명확하게 느껴진다.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하겠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구석기 후기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어떨까”
반고흐, 콜롬버스, 붓다 등을 언급하는 존 올드맨의 모습에 대한 황당함은 자신이 예수라고 말하며, 성경과 신화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할 때 극에 달한다. 기독교인 이디스는 흥분하는데 이어 펄펄 뛰고 눈물을 흘리며 그가 뱉어내는 일들에 대해 부정하고, 반박한다.
1만4000년 동안 살면서 인간의 비루함을 봤는데도 인간이 성스럽다고 생각하는가
특히 “사람은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14000년 동안 살면서 인간의 비루함을 봤는데도 인간이 성스럽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이디스와, “당신이 뱀파이어라는 건가. 그러면 삶이 주는 보물을 깨닫지 못하겠군”이라고 내뱉은 해리의 말은 존 올드만의 입을 막아 버린다. 오히려 그는 ‘시간의 바깥’이라는 표현에 댄의 말에 자신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듯 했다.
존 올드맨의 허무맹랑, 기상천외한 발언에 그 친구들은 각자의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진실을 말하라” “어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등 반문만 할 뿐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자신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진실들이 모두 진실이 아닌 것이 되 버리는 것을 알기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결국 존 올드맨은 자신이 뱉은 모든 말이 사실이 ‘준비 중인 소설’이라고 끝내 버린다. 그는 “여러분들의 말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말에 어떻게 반박하는지 보고 싶었고, 게임에 참여하고 싶었다”며 자리한 사람들에게 ‘완벽한 관객’이라고 정의한 후 딱 잘라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하지만 이어진 마지막 장면은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 윌그루버가 죽기 전 맞이한 존 올드맨의 모습은 소설이라고 정의한 존
한편 ‘맨프럼어스’는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온플렉스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