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 분)로부터 납치된 형(이성민 분)을 구하기 위한 불굴의 파이터 익호(이정재 분)의 무한 질주. 유치장 탈출부터 거대 도박장, 상암 경기장,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도심 전체를 무대로 한 익호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게임의 룰은 단 하나, 멈추면 죽는다.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빅매치가 시작된다. / ‘빅매치’
[MBN스타 박정선 기자] 180cm의 훤칠한 키, 적당히 늘씬한 몸매, 초콜릿 복근은 옵션이고, 얼굴에는 ‘잘생김’까지 장착하고 있다. 배우 이정재는 42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외형뿐이겠는가. 영화 ‘빅매치’에서 이정재는 육상선수도 울고 갈 정도로 뛰고 또 뛰어댄다.
물불 가리지 않고 공격을 일삼는 불굴의 파이터 최익호 역을 맡은 이정재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난도 액션을 연달아 선보인다. 세계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매니저이자 친형인 영호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된 익호의 질주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 사진제공=호호호비치 |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고생 좀 했다”면서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고생’이라는 단어 속에 그간 이정재가 영화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부터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의 시간들이 함축돼 있었다.
“나이 먹고 뛰려니까 힘들더라고요. 단 한 컷도 쉬는 적이 없어요. 열심히 운동하는 것밖에 정답이 없으니까 6개월을 준비했어요. 오전 2시간은 근력운동, 오후 4시간은 격투기 훈련을 했죠. 하루에 6끼를 먹으면서 식단 관리도 철저히 했죠.”
사실 그가 친절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영화 속에서 익호의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지 단단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난다. 고작 몇 초 되지 않는 신을 위해 몸을 만드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했다던 ‘고생’에는 코믹도 있었다. “웃기는 게 더 힘들다”는 그는 긴 러닝타임 동안 액션에 코믹적인 요소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을 보였다. 영화에서도 내내 뛰고 싸우면서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 등으로 관객을 웃겼다.
“포커스를 웃기는 쪽에 더 맞췄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치 있어 보이고, 관객들에게 위트를 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죠. 치고받고 하면서도 온전한 액션이 아닌 위트가 섞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액션의 합과는 조금 달랐어요.”
↑ 사진=영화 ‘빅매치’ 스틸 |
영화 속에서 보였던 건장한 이정재의 모습이 어딘지 달라져 있었다. 덩치만 봐도 든든함이 느껴지는 영화에서와 달리 제법 슬림해졌다. 그만큼 한 편의 영화를 찍을 때마다 변화가 잦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이정재는 실제로 ‘빅매치’ 촬영을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변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캐릭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변하는 거 같아요. 일상에서도 맡은 캐릭터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하잖아요. 양치할 때, 샤워할 때, 밥 먹을 때도 그 모습이 묻어나야 하니까요. ‘빅매치’를 촬영하면서 77kg까지 몸무게를 늘렸는데 지금은 62kg이에요. 영화 ‘암살’을 준비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죠.”
‘빅매치’에서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의성은 영화 ‘암살’에도 이정재와 함께 출연한다. 또 전작인 ‘관상’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그런 그는 이정재를 두고 “몸을 혹사 시키지 마라. 즐기면서 하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고 했다. 하지만 이정재의 마음을 달랐다.
“김의성 선배는 공교롭게 3개의 작품을 연달아 함께 했고, 절 옆에서 많이 지켜보던 선배죠. 근데 선배가 몸을 혹사시키지 말고 즐기라는 말을 했을 때 그랬어요. ‘전 이게 즐기는 건데요?’라고요.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즐겁거든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만족감으로 돌아오니까요.”
앞서 ‘도둑들’(2012)에서는 얄미운 도둑을, ‘신세계’(2013)에서는 한 조직에서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2인자를, ‘관상’(2013)에서는 잔혹한 수양대군으로 변신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쉴 틈 없이 작품을 참여했다.
“시나리오를 선택하는데 있어서의 기준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이게 정말 잘 될 수 있을만한 영화인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러 작품을 한다고 하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일하지 않나요? 다 그렇게 일하는데 저만 모르고 있었나 봐요.(웃음) 황정민 형은 일주일
이렇게 일만하다가 장가는 언제 갈까.
“못 갈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지금 마음으로는 일하는 것이 여전히 즐겁고, 아직은 아이와 가정을 꾸려서 생활하는 것이 상상이 안가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