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수갑이 채워졌지만 날렵하게 10여 명의 형사를 따돌리는 이정재. 더 많은 전투경찰과 마주한 그는 붙잡힐 위기도 운 좋게 빠져나간다. 그러곤 마주한 더 많은 수의 조폭들. 몸의 상처는 깊어가지만 이번에도 ‘미션 컴플리트’,’ 클리어’다.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고 짜릿하다. 게임 좀 하는, 그리고 영화도 좋아하는 이들에게 꽤 흥미롭게 다가올 만한 작품이다. 제대로 된 오락영화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이정재의 고군분투는, 그에게는 사점(死點)을 수차례 느끼게 하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관객에게는 재미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정재는 촬영 5개월 전부터 몸을 만들고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익호 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그는 “이번이 탄탄한 몸을 보여주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쉬움 없도록 연기했다”고 하는데 딱 그래 보인다. 액션의 90% 이상을 직접 소화했다. 온몸을 불살랐다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축구선수였지만 상대 팀을 때려눕혀 퇴출당해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익호는 어느 날 납치된 형 영호(이성민)을 구하기 위해 ‘게임’에 뛰어든다. 사실 게임인지도 모르는 그는 형을 구하기 위해 젖먹던 힘을 다한다. 익호를 게임 같은 상황에 내몬 건 천재악당 에이스(신하균). 잘 나가는 격투기 선수 익호를 도시라는 이름의 링에 올려 말이 되게 하고 고위층을 상대로 베팅을 유도한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상황이 관객에게 게임을 하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주요 인물이다. 익호와 에이스의 대결이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에이스가 게임으로 치자면 일종의 ‘마지막 왕’인데 후반부에서 약해 보이는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영화는 중후반까지 매력적이다. 후반의 아쉬움을 덮는 건 앞서 언급한 이정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 큰 힘. 또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해 스케일 큰 영화로 보이게 만든 것, 군데군데 터져 나오는 웃음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살인 용의자로 경찰서에 구금된 익호가 그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착각하거나 수경(보아)과 갈대숲에서 뒹구는 장면을 애정행각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의 반응 등 상황적인 웃음이 적재적소에 터진다. 더불어 익호의 형 역의 이성민, 형수 역의 라미란, 허당기 가득한 조폭 두목 배성우 등이 전하는 웃음이 액션과 잘 섞인 것도 칭찬할 점이다. 머리 아픈 영화도 아니다.
‘인터스텔라’가 한국 극장가를 장악한 상황이지만 ‘빅매치’가 한국영화의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 112분. 15세 관람가.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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