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만큼 엄청난 반향은 없는 상태다. 발매 당시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이틀간 1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물론 이조차 대단한 성과이자 음원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디X태양의 이름값을 떠올리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대중음악평론가들의 평가도 사실상 기대 이하다. 흑인음악 전문 웹진 '리드머' 편집장이자 평론가 강일권 씨는 "블랙뮤직에 대한 이해도와 그들이 추구해온 음악적 방향성 면에서 두 멤버의 조합에 기대가 컸는데 결과물은 다소 평이했다. 특히 가사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두 사람의 조합이 계속 이어져서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이들"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지디X태양도 할 말이 많을 터. 취재진 역시 이들에게 들을 말이 많았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라운드(여러 매체가 공동으로 하는 방식) 인터뷰에 나선 지디X태양과 만나고자 수 많은 매체가 몰렸다. 그러나 민감한 질문은 소속사 YG 관계자가 제지했다. 재미 있던 점은 정작 지디X태양은 무엇이라도 이야기 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지디X태양은 사실 어떠한 질문에도 유쾌했다. 무엇이 됐든 그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소속사 관계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치열한' 설득 끝에 그들로부터 몇 마디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지디X태양과의 일문일답.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드래곤=예전에는 음악을 만들 때 한 발 앞서 가고자 노력했다. 일부러 유행하는 장르를 피하려고도 했다. 이번에는 사실 빅뱅 앨범을 만들던 와중에 나왔다. 다른 멤버들 일정이 바쁜 가운데 태양과 나만 항상 음악작업실에 머물게 된 상황이었다. 양현석 회장은 마침 클럽에서 편하게 듣고 춤추기 좋은 노래를 찾고 계신 것 같았다. 양 회장이 "이 노래는 지금 시기에 딱 좋은 노래다. 빅뱅보다는 태양과 둘이 해서 가볍게 몸 푸는 정도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가볍게 시작했다. 그저 그때 우리 느낌 그대로를 담았다.
- 태양의 강점인 보컬이 죽은 느낌이다
▲ 태양=보컬을 잘 보여주는 노래는 아니다. 덕분에 녹음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생각을 하고 듣는 노래가 아니다. 가볍게 즐기는 노래다.
- 음원 성적이나 평가가 아주 좋지만은 않다
▲ 지드래곤=만약 빅뱅 앨범이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이다. 정성을 다해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빅뱅 앨범 전체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 같다면 나 또한 실망했을 것이다. 근데 이번 활동은 뮤직비디오가 제작될 지도, 방송 활동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직 무대를 보여주지 못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실망하지 않으려 한다. 무대 하나 하나 재미 있게 하면서 우리가 만족하면 기분 좋을 것 같다. 대중이 기대치를 갖는 건 자유다. 거기에 보답을 하는게 우리 몫이긴 하다. 다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후 개인(솔로) 혹은 그룹(빅뱅)의 이름값이 커지면서 그저 우리가 즐기고 싶은 음악을 내놓으면 일부 들으시는 분들이 실망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 다음에 더 좋은 앨범 음악으로 들고 나오는 계기가 될 수있도록 계속해서 열심히 하겠다. 음악이 1위여야 좋은 것도 아니고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으면 들려드리고 싶을 뿐이다.
- 지디X태양 표 '트랩'은 무엇인가
▲ 지드래곤=바보스럽다. 그래서 좋다. 서정적인 가사의 슬픈 발라드든, 빠른 일렉트로닉댄스뮤직이든 그만의 메시지가 있다. 그런데 트랩은 메시지가 없다. 비트 떨어지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노는 노래다. 멜로디 위에 어떠한 말을 붙여도 노래가 되는게 트랩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요즘 사람들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는지 여러 의미를 두고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그저 정신없이 밝은 노래, 음악을 들을 때만이라도 다른 생각할 필요없는 노래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게 트랩의 매력이자 단점이다.
▲ 태양=물론 트랩 비트도 무겁게 갈 수는 있다. 그러나 랩을 얹는 트랩은 어떤 말을 써도, 정해진 플로우만 놓으면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듣고 좋아하는 것 같다.
- 곡 구성은 좋은데 가사가 심심했다. 그러한 의미가 있었는가
▲ 지드래곤=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다. 공들여 가사를 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다. '굿보이'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가 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남들에게는 못 됐지만 자기 여자한테는 잘하는 그런 남자? 간단하게 풀어 썼다. 한 단어 한 단어 꼬아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었겠지만 들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따라할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자기 여자한테는 잘하는 남자'라고 하니 본인(지드래곤)의 열애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 하고 넘어가자(지드래곤은 웃으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소속사 측이 이를 제지했다. 지드래곤은 눈치를 보면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
▲ 지드래곤=무슨 말을 해도 나한테 좋을 게 없다. 하하. (아주 망설인 끝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때가 되면 말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러가지로 때가 아닌 것 같다. 나는 하고 싶다. 그냥 보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게 맞는 거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뭘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말씀하셨다시피 누가 누구를 만나는게 죄는 아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열애설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 말해야 하는 건가에 대한 의문은 든다.
▲ (지드래곤이 너무 부담스러워 해 태양에게 질문을 넘겼다) 태양=어떻게 보면 사생활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혀야 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너무 세세한 것까지 꼭 공개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그냥 많은 분들이 보시고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런 것이지 우리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 싸이의 성공 이후 빅뱅의 미국 진출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 태양=어떤 특정 목표를 두고 해 나가는 단계는 지났다. 처음 데뷔했을 때는 많은 분께 사랑받는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어떠한 시장을 겨냥해 음악을 만들겠다 그런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는 미국 음악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인도 등 여러 음악에서 영향을 받는다. 요즘 개인적으로는 그룹 들국화나 이문세 선배 같은 음악에 오히려 더 영향을 받는다.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 싸이(형)처럼 어떤 음악을 냈을 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수도 있겠지만, 그를 기대한다기보다 지금 우리가 솔직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에 충실하다 보면 그런 것들은 나중에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라 본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짐이 된다고 하시는데 사실 맞다. 그런데 반반이다. 득을 보는 것도 많다. 많은 분들께 주목받으니까. 일단 나오면 최소한 흐지부지 되지는 않지 않나. 앞으로가 더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나는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든 어떻게 불려도 게의치 않는다.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든, 그런 잣대나 시점 자체를 다 만족시킬수 있는 음악을 하는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몫이다.
▲지드래곤=미국 진출, 가수라면 한 번쯤 꿈 꾸는 시장이자 목표를 설정해두면 음악 생활을 하면서 자기 계발에 더 도움이 되긴 한다. 다만 특정 시장에 맞춰 준비하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싸이(형)도 그랬지만 좋은 음악은 한국에서만 활동 해도 잘 된다. 잘 될 노래들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돼 있다. 아직 우리 때가 아닐 뿐이다. 알아서 잘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들도 충분히 잘 될 거라 믿는다. 아이돌, 아티스트? 가수는 다 가수다. 보시는 분들이 붙여주는 수식어는 그분들 자유다. 우리는 가수로서 책임을 다하면 된다. 그런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누군가 어떤 음악을 하건 우리 취향과 다르다고 해서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
- 두 사람은 14년간 친구다.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떠했나
▲ 태양=처음 본 지드래곤은 엄청 내성적이었다. 말이 없고 부끄러움이 많았다. 나는 지드래곤이 오기 전 이미 YG에서 지누션 형들과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편해진 상태였고, 지디는 당시 막 소속사에 들어왔던 때라 조용했다.
▲ 지드래곤=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상황과 반대다. 태양은 소위 '일진' 같았다.(웃음) 나는 말도 못하고 눈치보는 입장이었다. 처음 숙소에 갔는데 태양이 너무 편하게 쇼파에 누워서 지누션 형들과 어울리고 있더라. 부러웠다.
- 서로의 음악적 장단점을 이야기 한다면
▲ 태양=난 외골수다. 고집이 워낙 세다. 내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 때 죽이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난 솔로 앨범도 늦어졌다. 산전수전 겪었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주관을 지키면서도 물처럼 잘 흘러가더라. 나도 저런 면이 필요하겠다 느꼈다. 순간순간 센스가 좋은 것 같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에게 많이 배웠다. 워낙 어렸을때부터 서로 음악적 취향은 달랐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지드래곤=태양은 고집이 진짜 세다. 그래석 자기 성향이 확실히 강해졌다. 아티스트로서는 굉장한 강점이다. 어떠한 장르를 하던 태양이 들어가면 태양의 색깔이 나온다. 그게 팀에서는 전체 색깔을 흐리는 요인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로서는 가장 큰 힘이다. 나는 멤버들 성대모사를 하나 하나 다 할 수있다. 혼자 데모 작업을 하면서 멤버별 목소리로 다 해놓는다. 목소리도 변형을 하고 느낌도 다르게 한다. 장점일 수 있지만 나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는 적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 목소리는 '엥엥' 거린다. 아직 다듬어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태양, 최근에 패셔니스타가 됐다
▲ 태양=지드래곤과 파리도 같이 다녀왔다. 그런 면에서 지용이가 굉장히 부럽다. 난 옷에 관심은 많긴 많은데 너무 화려한 느낌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날 패셔니스타로 부르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
▲ 지디=그건 나도 그렇다.(웃음) 사람들이 나보고 패셔니스타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우리는 연예인이니까 계속해서 가꿔야 한다. 일상 생활도 노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보셨을 때 좀 측은해 보이면 그렇지 않은가.(웃음) 언제 봐도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아우라가 있구나' 이런 느낌은 주고 싶다. 꼭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의 '애티튜드'가 된다고 생각한다.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 아티스트, 가수가 되야 하고 그렇게 되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몸에 뱄다. 내가 꾸민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일상이다. 작은 재미다. 옷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 양현석 회장을 오래도록 지켜봤는데
▲ 태양=무섭기도 하지만 한편 여리기도 한 분이다. 친한 사람은 안다. 상처도 많이 받는다. 사소한 일에 삐쳐서 오래 가시기도 한다.(웃음) 같이 있을 때는 친한 형 느낌이다. 친하지만 무서운 형. 재미 있다.
- 양현석 회장에게 대들고 싶을 때는 없나
▲ 태양=감히 그런 적은 없다. 다만 내가 '발끈' 하지 않았다고 해서 티가 안나지는 않다보니까 오히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못가더라. 회장님(양현석)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거나 이런 걸 얘기하고 이끌어가 주신다. 불만을 갖는 것보다 나도 회장님의 의견을 인정하고 내 주장을 또 좋게 좋게 설득하면 결국 그렇게 하라고 한다. 서로 너무 잘 안다.
▲ 지드래곤=내가 싸우고 회사를 나갈 게 아닌 이상 그래봤자 서로 기분만 상하고 좋을 게 없다.(웃음) 또 그러면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도 않는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회장님 또한 우리 망하라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겠나. 하하. 음악을 보고 계획을 짜는건 회장님이지만 무대에 서는 건 나니까 마찰이 간혹 있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회장님 의견이 옳았고, 우리가 믿어야 되는 분이 됐다. 우리는 당장의 앞 상황만 보는데 회장님은 확실히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 비지니스적으로는 확실히 그를 믿고 따르는게 좋은 것 같다.
-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 태양=빅뱅 앨범이다. 정말 좋게 나와야 된다. 약 3년의 공백이 있기 때문에 정말 멋있게 나오고 싶다. 또한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이기에 개인적으로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끊임없는 고민이 있다. 어떠한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앨범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우리 30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개인으로도 중요한 시기다.
▲ 지드래곤=나 역시 빅뱅 앨범을 시작으로 모든 고민이 뿌리처럼 뻗어나간다. 개인적 욕심 같아서는 내년에 꼭 내야하는 앨범, 나올 때가 되서 나오는 앨범이고 싶지 않다. 등 떠밀려 나오는 게 아닌,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하고 꼭 냈으면 하는 앨범이 완성되길 바란다.
- 인기 아이돌 그룹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국방의 의무도 언젠가는 수행해야 하는데 혹시 그런 이야기도 하는가. 한꺼번에 혹은, 나눠서 순차적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 지드래곤·태양=하하하. 조금 이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솔직히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다. 그 또한 빅뱅의 다음 앨범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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