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고 ‘싼티남’으로 불리는 창주(신주환 분)는 전학생 기명(주원 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우연한 기회 때문에 절친이 된 창주와 기명은 남정(김성오 분)을 만나 ‘흔남’에서 ‘훈남’으로 거듭난다. 남정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얻게 된 창주는 밀가루 인형을 연상케 하는 하얀 얼굴에 하늘까지 치솟을 듯한 짙은 아이라이너, 무심한 듯 멋을 자랑하는 헤어밴드로 자신감을 폭발시킨다. / ‘패션왕’
[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4년 11월6일 극장가엔 진정한 ‘충무로 만찢남’(만화를찢고나온남자)이 나타났다. 웹툰 ‘패션왕’ 창주가 일말의 오류 없이 그대로 스크린에 부활한 셈이다. 창주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이는 바로 준비된 신인배우 신주환이다.
신주환의 본격 스크린 데뷔는 ‘패션왕’이다. 그러나 이전에 ‘섹스킹’을 통해 배우가 아닌 영화감독으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숨은 진주다. 먼저 그가 연출하고 연기한 ‘섹스킹’은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너무도 바르고 건전한 작품이다. 후배들에게 ‘섹스킹’이라 불리는 선망의 대상 성진(신주환 분)이 클럽에서 우연히 첫사랑 유리를 만나게 되면서 지금과 너무도 달랐던 자신의 옛모습을 발견하고 되돌아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디자인=이주영 |
“‘섹스킹’을 위해 힘을 합친 친구들이 너무 편해 작품을 제작하는 환경이 정말 좋았다. (웃음) 건국대학교 근처에서 촬영했는데 평소 건대 거리를 보면서 ‘아 진짜 별로다’라고 생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제작했다. 세상이 너무 가볍고 남녀의 하룻밤 관계가 만연한 것 같더라. 이 관계에 진지함이 있는가 또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를 느껴 제작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 거리에서 ‘섹시킹’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실제 거리에서 아무런 예고없이 현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컷하고 다들 부끄러워서 도망갔다. (웃음) 또한 극에 등장하는 안재홍은 내 동기다. 물론 내 대학교 동기들을 모두 출연시키긴 했다. (웃음)”
사실 배우에게 연출력까지 있다는 건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거기에 배우로 데뷔하기 전 감독으로서 영화제 초청을 받거나 수상한 성적이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필모그래피다. 그런 면에서 신주환은 엄청난 행운아인 셈이다.
“정말 감사한 일의 연속이다. ‘섹스킹’은 15회 차로 촬영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케줄 일정을 다들 소화했고 촬영한 것이다. 어떻게 촬영할까도 신기했는데 영화가 제작되니까 신비의 연속이다. (웃음) 정말 나에게 있어 2013년부터 현재는 최고의 해다. 난 대학교에서 특이한 케이스다. 영화제 수상은 물론 연출작으로 소속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속사에서 배우와 영화감독 두 개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라 신기하다. 나 스스로도 민망하지만 정말 행복하다. (웃음)”
“‘섹스킹’은 내가 편한 이들과 작업하고 우선 내가 만든 영화라 부담감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 반면 ‘패션왕’은 내가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 되기에 조금의 부담은 있더라. 평소 트라우마가 있는 매우 꼬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섹스킹’을 통해 어느 정도 이뤘다.”
‘섹스킹’을 향한 신주환의 애정은 작품을 이야기하는 족족 드러났고, 이는 배우이기 이전에 노력해 연출한 작품을 향한 영화감독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작품 덕분에 김윤석, 엄정화, 엄태웅, 김상호, 유해진, 유승목, 임지연, 주원 등이 속한 심엔터테인먼트에 배우와 영화감독 두 개의 계약을 맺었고, 이젠 소속사의 응원을 받아 능력을 펼칠 일만 남았다.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섹스킹’으로 신주환은 영화배급사 NEW의 한 관계자 명함을 받았다. 그 후 이어진 뒷풀이에서 한 영화 제작사의 명함을 받았다. 그 후 이들을 만난 그는 우연히 현 소속사 대표를 만나 이야기 끝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복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신주환은 연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일들의 연속이다. 소속사와 계약한 후 ‘패션왕’ 창주 역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다. 정말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밀가루보다 하얀 얼굴과 진해도 너무 진한 아이라이너,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는 패션도 신주환화 시키며 ‘패션왕’의 수혜자로 등극을 알렸다. 앞서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익살스러운 표정과 포즈로 그의 스크린 데뷔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늘 학교에서 내가 상업영화에 캐스팅되면 어떨까 상상을 하곤 했다. 근데 ‘패션왕’ 오디션 합격 후 촬영을 앞둔 현실은 정말 멍하더라. 진짜인가 싶었고 현실감각이 안 왔다. 그러다 이제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제야 진짜 찍는구나와 두려움 반, 기쁨 반이었다. 창주 역할의 비중도 크고 오기환 감독님이 나에게 믿음을 줬기에 보답하고 싶었다. 너무 튀지는 않지만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패션왕’ 출연진 모두가 캐릭터와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해 화제였지만, 그 중심에는 신주환이있다. 특히 인파 속에서 당당히 “익스큐즈 미”를 외치거나 깔깔깔 웃거나 “대박”을 외치는 장면은 그림에서만 존재했던 창주가 웹툰에서 스크린으로 이동한 듯하다. 신주환과 창주의 싱크로율은 감히 평가할 수 없고 ‘패션왕’을 본 이들만 안다.
“사실 지인들로부터 창주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웃음) 특히 캐릭터 포스터 공개 후 많은 이들이 또 닮았다고 하더라. 친누나 역시 ‘머리 길었을 때는 창주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원작자 기안84와 어머니도 닮았음을 인정했다. 높은 싱크로율로 처음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개봉이 다가오면서 겁도 났다. 싱크로율의 기대를 안고 ‘패션왕’을 본 관객들이 내 연기를 보고 실망할까봐 말이다.”
연기력 걱정을 했지만 사실 ‘패션왕’ 속 신주환은 신인이지만 신인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맡은 비중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가 창주와 그저 비주얼적으로만 싱크로율이 높았다면 실망스러웠겠지만 연기력까지 뒷받침해주니 만족감만 높아진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소속사에서 10주년 워크샵을 갔는데 김윤석 선배가 내게 ‘연출을 계속 생각하고 있냐’고 물으셨다. 질문을 듣고 연기를 못하니까 하지말고 연출만 하라는 건가 싶었는데 ‘다양성이 열리는 세상이기에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엄태웅 선배 역시 ‘넌 왜 다 잘하냐. 비트박스 좀 알려달라’고 무심한 듯 칭찬해주셨다. 지금도 당시의 워크샵 영상을 보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는지 놀랍다. (웃음) 연기는 물론 꾸준히 연출공부로 이어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 영화에 소속사 선배들을 출연시키고 싶다. 물론 그러려면 선배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이자 영화감독으로 내가 성장해야 된다.”
“‘패션왕’ 크랭업 후 상업영화 연출 제의가 들어왔지만 내게 연출 공부가 더 필요하고 느껴 고사했다. 배우로서 일단 입지를 다진 후 연출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내가 연출도 하기에 연기함에 있어 도움도 되지만 먼저 그림을 상상하기에 양날의 검이다. 배우로서 촬영장에 있을 때도 난 현장을 계속 둘러볼 것이다. 이번작품 때도 그랬다. 현재 차기작을 보고 있는데 어떤 작품을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