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이렇게 예쁘게 나오는 건 처음”이라는 배우 문정희.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감독 김덕수)에서 그의 아름다움은 잘 보인다. 백수 남편에게 “쓸모없다”고 구박하는 부인이긴 하지만, 사랑스러워 보인다. 오랜만에 본인의 예쁜 외모를 드러냈다.
사실 문정희의 전작들은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자식을 구하려는 억척스러운 엄마로 나온 ‘연가시’와 가난에 찌들고 집에 집착한 여자를 연기한 ‘숨바꼭질’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 작품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에서도 그리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비정규노동자의 설움을 그린 영화니 당연했다.
문정희는 “여배우가 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해보는 것이었으니 좋았다. 사실 앞서 센 역할을 맡았을 때도 별로 걱정이 안 됐다”고 웃었다. 물론 “이번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배우로서 사랑스럽고, 예쁜 옷도 입고, 가족 얘기도 할 수 있고, 멜로 같은 느낌도 있으니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하는 일 마다 실패하고, 10년째 백수인 태만(김상경)을 보다 못한 딸 아영(최다인)이 학교 나눔의 날에 “아빠를 내 놓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딸의 진심에 태만은 아내 지수(문정희) 몰래 절친 승일(조재윤)과 함께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문정희의 아름다움과 김상경의 찌질하고 코믹한 모습도 볼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그간 진지하고 심각한 캐릭터로 관객을 찾았던 김상경이 가벼워 보이는 건 깜짝 놀랄 정도다. 문정희는 “상경 오빠의 본래 모습이 잘 드러났다”며 “‘몽타주’ 시사회 때 오빠를 만났는데 정말 재미있는 분이었다. 상경 오빠와는 호흡이 좋을 줄 알았다”고 만족해했다.
문정희는 아빠를 빌려주는 소재와 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제 남편은 절대 빌려주고 싶지 않아요.(웃음) 아이는 아직 없어서 아이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아이가 아빠를 잘 알지도 모르겠고요.”
앞서 문정희는 한 토크쇼에서 남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문정희 남편 186cm’, ‘대기업 근무’ 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문정희는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남편이 자신의 직업을 잘 이해해준다는 것. 극 중 남편으로 등장하는 김상경과 키스신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왜 인공호흡을 했냐?”고 했을 정도다.
물론 문정희는 “처음에는 내 직업에 대해 ‘강의’를 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 때문에 남편이 말 잘하는 문정희에게 설득당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정희는 남편에게 “직업이잖아. 현장에서 수십 명이 지켜봐. 이건 즐길 수도 없는 거야”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그러면서 문정희는 “남편이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안다”고 웃었다.
남편과 서로의 일에 대해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한다는 문정희. “서로를 이해하니 서로가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행복해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설정처럼 남편이 백수라면 어떨까. “부족한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과거에 풍족하게 살았던 것도 아니거든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죠. 하하하.”
문정희는 1998년 뮤지컬 ‘의형제’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꾸준히 연기해왔지만 최근에야 더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도 더 많아졌다.
“인기요? 인기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같아요. 인기가 없어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다른 걸로 인생을 즐기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월요일은 항상 남산에 가는데, 계절이 변화되는 것도 신기하고 행복하게만 느껴져요. 최근에 단풍 본 것도 좋았고요. 제가 이상한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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