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용우는 20일 개봉한 영화 ‘봄’(감독 조근현, 제작 스튜디오 후크)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영화가 재미없으면 관객과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응? 좋은 얘기만 해도 부족할 텐데, 이게 무슨 말일까?
“재미없는 영화를 억지로 재미있게 봐달라는 게 아니다. 재미있으면 우리 영화를 응원해 달라. ‘봄’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강조법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제작비나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보지도 않은 작품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는 본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똑같지는 않겠죠.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아닌 이도 있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한국영화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외국 영화나 다른 대작이 들어와서 그럴 때가 많았어요. 일단 점유율이 올라가면 극장 관계자들이 생각을 달리 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2012년, 반응은 좋았지만 외국 영화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던 영화 ‘파파’의 안타까웠던 경험이 드러났다. ‘봄’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투다. 하지만 ‘봄’은 대작 외화 등에 밀려 개봉관 수가 적다. 첫날 성적은 104개 관에서 개봉해 누적관객은 4466명이다.
국제영화제에서 8관왕을 차지하는 등 외국에서 먼저 알아본 영화 ‘봄’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이 세 사람에게 찾아온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박용우는 ‘봄’에 참연한 걸 만족해했다. “심심한 것 같은데 끌리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름답고,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장르는 아니지만 왠지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저도 몰라요.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도 ‘나 상업영화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게 됐고, 본능에 따라 선택하게 됐죠. 모든 게 운명 아닐까요?(웃음)”
김서형과 이유영이 여우주연상을 타고 자신은 수상 소식이 없지만 긍정적이다. 외국영화제의 경험과 그 환호도 있을 수 없다. 그는 “상을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 내린 결론은 상 받는 순간만 좋은 것”이라며 “길게는 일주일까지가 전부인 것 같다. 물론 상금이 있으면 부러운 것이지만”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기분 좋은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연기가 되는 배우, 모험을 즐기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신예 이유영의 전라 노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출이 있지만 영화는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박용우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노출과는 관계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선입견을 보고 영화를 본다면, 그런 작품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더 잘 알 것 같은 생각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이유영과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이유영이 자신을 무서워했다는 것. “현장에서 여배우들에게 나름 배려한다고 하거든요? 이번에 유영씨는 무서웠던 것 같더라고요. 따로 만나 얘기도 많이 해주고 했는데, 나오라고 하니깐 굉장히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박용우. 좀 더 진지하게 많은 고민을 하며 살게 됐다. 과거와 달라진 건 실천하는 습관이 생긴 점이다. 생각이 변하니 습관을 바꾸고, 인격과 행동도 달라졌다. 그러니 인생이 변한 것 같더란다. “실천하니 행복한 것 같다”는 행복론자(?)다.
종교가 생기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이냐고 했더니 이미 20년 전부터 다녔단다. 모든 것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행복해하는 박용우. 그 모습이 보기 좋다. 그가 힘들어 할 때 ‘봄’을 만나 다행이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