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상경은 장난기 많고 유쾌한 본인의 실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문정희는 그동안 감춰뒀던 미모가 폭발한다.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감독 김덕수)다.
명문대 출신 백수 태만(김상경)은 딸 아영(최다인)의 아이디어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딸은 엉뚱했다.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태민을 빌려주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나눔의 날 행사에서 아빠를 내놓아 학급 친구에게 빌려준 것을 시작으로, 홀로 출산을 앞둔 미혼모, 아빠를 잃은 가수 지망생 등의 ‘대리 아빠’가 된다. 얼토당토 않은 듯하지만 그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재미가 있다.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그동안 영화에서 진지하고 심각한 캐릭터로 관객을 찾았던 김상경은 무거움을 내려놨다. 가벼운 옷을 걸친 그는 시종 웃음과 재미를 준다. ‘연가시’와 ’숨바꼭질’에서 여배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칠었던 문정희는 태만의 아내 지수 역을 맡아 예쁜 옷으로 갈아 입었다. 태민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귀엽다.
물론 예쁘고 귀엽기만한 건 아니다. 미용실 폐업 위기와 태만과의 관계 변화는 긴장감을 불러오니 중요한 인물이다. 마냥 유치한 코믹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가장으로서 권위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이 시대에 아빠의 존재도 생각하게 한다. 아빠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내에게, 아이에게 힘이 된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아빠와 엄마, 아이의 상확와 역할은 감동도 전달한다. 최다인은 연기 잘하는 또 한 명의 아역 탄생이라고 할 만하다. 이 외에도 조재윤, 걸스데이의 민아, 채정안 등이 영화에 힘을 실어 재미를 전한다. 홍부용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112분. 12세 관람가. 20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