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못’은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네 명의 친구들이 하나의 사건을 겪고 각자의 가슴에 말 못할 비밀을 안은 채 살아가나 결국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신중하며 생각이 깊은 현명, 항상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성필, 착하지만 우유부단한 두용,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건우는 각자 서로의 공통적인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지점에서 얽혀가는 이 네 명의 친구의 모습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극중 현명은 본인의 비밀과 거짓말을 세상에서 없던 일로 만들길 원했지만, 그 비밀은 본인의 것만이 아니었다. 성필과 두용 역시 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 이로써 비밀이 비밀로, 거짓말이 거짓말로 성립되게 됐고, 그 순간 그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밀과 거짓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새로운 시작으로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툴기만 했던 청춘들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이 사건을 철저한 방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현명이라는 캐릭터를 주축으로 성립된 관계 역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고민을 던진다. 성필은 유복한 환경과 지적인 현명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고, 두용은 성필에게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님에도 성필의 친구라는 이유로 함께 어울린다. 또 성필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우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명 때문에 건우와 어울릴 수밖에 없다.
잔인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이윤관계는 우리네 삶에도 은연중에 개입되어 있다. 만약 어느 한 쪽이라도 자신에게 보상이 전혀 없다면, 혹은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고스란히 영화 속에 반영시켜 놓았다.
특히 제목과 극의 스토리와의 연계성이 이 영화의 전체를 감싸고 있다. ‘못’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물이 괴어 있는 ‘못’, 그리고 목재 따위의 접합이나 고정에 사용되는 뾰족한 ‘못’,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못’ 등 다양한 뜻의 못은 이 영화 속 곳곳에 나타난다.
이들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들이 일어난 곳은 대부분 연못 근처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이들은 가슴에 대못이 박힌 듯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점에 있어서 이 영화의 제목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못이라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