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3초의 침묵이 흘렀다. 꽤 몇 번이었다. 말보다 앞선 그리움이 묻어났다. “아버지가 무능해 보였다. 그저 미웠다”고 담담하게 과거를 고백한 배우 홍은희는 그럼에도 아버지를 향한 애증보다는 회한을 가득 안고 있었다.
홍은희는 17일 오후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어머니와 이혼해 홀로 살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철부지 시절부터 임종 직전까지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은희는 이날 부모의 이혼 뒤 9살부터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도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 원망스러웠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19살에 공채 탤런트 시험을 응시했는데 우연히 붙었다. 이후 연기를 더욱 공부해야할 것 같아 서울예전에 응시했는데 붙었더라. 어떻게든 학교를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금 댈 여유가 없던 어머니 대신에 아버지에게 손을 벌렸지만 전혀 도와주지 않아 연락을 끊게 됐다며 “정말 화났고 마음이 확 멀어졌다”고 철없던 시절을 고백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이후 연락조차 하지 않던 아버지에게 다시 수화기를 든 건 바로 결혼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23살에 결혼 얘기가 오갔고 결혼식 임박해서 아버지에게 결혼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누구도 오란 말도, 가겠단 말도 꺼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공기가 굉장히 특별했다”며 “결혼식에 부르지 않은 것이 제가 한 불효 중 가장 큰 불효가 아닌가 싶다”고 눈물을 닦아냈다. 또한 “지금껏 날 키워준 엄마에 대한 의리로 아버지를 결혼식에 부르고 싶진 않았다”며 “지금은 그때 TV로 제 결혼식을 봤을 텐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후회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홍은희는 아버지와 잠시 재회한 뒤에도 연락을 피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결혼하고 5-6년이 지난 어느 날, 전남 담양으로 여행을 갔다가 무작정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어제 통화한 사람 같았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이어 “아버지가 남편을 바라보며 ‘유서방, 난 자네를 많이 봤네’라고 말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이후 직장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쏟아내면서 뭉클한 순간을 빚었다.
홍은희는 이처럼 솔직하게 촬영에 임하며 진심을 내비쳤지만 무엇보다도 시청자 마음을 울린 건 그의 의도치 않은 침묵이었다. 아버지만 떠올리면 왈칵 쏟아지던 눈물을 참아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