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의 새 앨범 타이틀곡 '내가 그리웠니'는 11월 초 국내 주요 9개 음원차트에서 6일째 1위를 고수했다. SM 슈퍼주니어 규현과 YG '하이 수현(이하이·이수현)'이 나오기 전까지 가요계는 MC몽 천하였다. 13일 현재도 주요 음원 차트 10위 내 절반이 그의 노래다. 음원 판매 성적만 놓고 이야기할 순 없으나 표면상 드러난 수치를 놓고 보면 MC몽의 존재감은 확실히 확인됐다는 평가다. 대중의 호기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설명이 어려운 큰 인기다.
서태지는 '신비주의'의 대명사였고, MC몽은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그 누구보다 대중과 가까이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그 모양새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문제적 가수' MC몽과 서태지의 해법은 어떻게 달랐고, 어떠한 결과로 이어졌을까. 그들의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되짚어 봤다.
★ 콜라보레이션 온도차…신선 vs 구태.
MC몽과 서태지는 가요계에 유행처럼 번진 콜라보레이션(협업) 카드를 똑같이 꺼내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백지영이나 린 등 MC몽을 도운 가수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아이유를 내세운 서태지는 찬사를 받았다. 이처럼 대중의 시선이 엇갈린 이유는 단순히 연예인의 '끼리끼리 문화'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나 피처링 가수의 호불호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
MC몽의 콜라보레이션은 사실상 그의 고유 방식이었다. 래퍼에 가까운 MC몽은 피처링 가수를을 수반한 노래의 원조격이다. 과거 '180도' '천하무적'이 그랬다. 이번에도 자신의 색깔대로 밀고 나간 것뿐이다. 반면 서태지의 콜라보레이션은 반전에 가까웠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다른 이와 협업한 적이 없는 그의 콜라보레이션은 신선했고, 대중을 깜짝 놀래켰다.
서태지는 자신의 사생활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음악적 이슈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서태지의 음악을 아이유가 과연 어떻게 재해석할지 화제였다. 아이유의 역량과 인기 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서태지의 카드가 MC몽과 다른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유는 서태지 개인 사생활 보다 그가 들고나온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다.
★ MC몽의 직설 vs 서태지의 감성적 은유
힙합(MC몽)과 록(서태지) 성향이 강한 두 사람은 모두 본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회귀했다. 과거로 돌아갔지만 힙합은 비주류에서 어느덧 '가요계 대세'로 떠올랐고, 신스팝은 복고 붐이 일고 있는 세계 음악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다만 음악적 주제는 확연히 갈렸다. 서태지의 노랫말과 음악은 1990년대 향수와 순수 감성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 속 서정적인 노랫말은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으며 많은 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던졌다.
반면 MC몽의 앨범은 본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힙합 장르 특성이다. 직설적인 랩이 많다. 그가 노래를 통해 무슨 말을 할지 주목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성의 분위기는 없었다. 오히려 루머나 악플러에 대한 경고와 디스(disrespect)만 있었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봐' '직업 정신으로 물어뜯기' '루머 퍼트린 놈들아 숨어' 등의 가사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민감하다. 생니를 일부러 뽑아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려했다(병역법 위반)는 MC몽의 혐의는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러 치아를 뽑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단 하나의 치아(35번)를 놓고 봤을 때 결과다. 정황은 의심됐지만 증거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리 그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지만 대중의 일반적인 정서를 간과한 것 같다"며 "본인의 억울함과 고통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 하다 보니 미운털이 더 박힌 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MC몽은 서태지와 달리 본인의 병역 문제 이슈를 음악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멸공의 횃불' 같은 군가와 맞붙을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운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 눈 가리고 입 닫은 MC몽..소통 부재 아쉽다
MC몽은 대중과의 소통에 일체 나서지 않고 있다.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나를 그리워했거나 혹은 욕하거나)' 앨범 재킷 이미지로 엿본 MC몽은 눈과 입을 가렸다. 그가 음악으로 들려주겠던 이야기는 불통이다. 반감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그는 두문불출이다.
안티 팬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보였다. "자극적인 어조가 아닌, 세상에 나오기까지 두려움이 담겼다. 더불어 자신에 대한 미움이 음악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도 표현됐다"는 소속사 측의 해명이 전부였다.
한 유명 홍보대행사 대표는 "내가 MC몽을 맡았어도 아무 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MC몽은 내리는 비를 맞아야 하는 시간이다. 그냥 조용히 맞는게 낫지. 하늘에 대고 소리질러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표현했다.
홍보 계획도 꼬였다. MC몽도 할 말이 많았을 터다. 사실 소속사 측은 앞서 기자회견을 할 지, 각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할 지, 쇼케이스 혹은 음감회를 빙자한 간접적인 자리를 마련할 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했었다.
속된 말로 '털 건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는 몇몇 취재진 역시 그의 눈을 직접 보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이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서태지가 좋은 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태지 역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사전 홍보 기간이 무려 3~4개월에 달했다. 유재석이 MC를 맡고 있는 '해피투게더' 출연 이후 긍정적인 면도 꽤 부각됐다. 묵묵히 알릴 것은 알렸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솔하게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MC몽은 내리는 비를 충분히 맞을 시간이 없었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앨범이 급박하게 나왔다. 기습적으로 조용히 발매될 앨범이 미리 알려져버렸고, 대형 스타일수록 중요한 평판 관리를 하지 못했다.
사생활 때문에 음악적 성과까지 가려져 있던 서태지는 이번 활동으로 다시 한 번 '천재 뮤지션'으로서 각인됐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그가 이례적으로 전문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세세한 컨설팅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한 관계자는 "MC몽은 음악으로 이야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일방통행식이 돼 버렸다. 매스미디어가 아니더라도 SNS든 회사 홈페이지든 소통 창구는 많다.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좀 더 용기를 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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