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스릴러 영화에서 내레이션으로 나올 법한 성우 목소리, 클래식 BGM, 예스러운 스타일의 글씨체까지 SBS ‘짝’ ‘인터뷰게임’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이뿐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파헤치고 애정촌, 완장촌 등과 같이 판타지가 살아있는 공간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것까지 확실히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SBS 새 파일럿 프로그램 ‘일대일-무릎과 무릎 사이’(이하 ‘일대일’)는 ‘짝’ ‘인터뷰게임’ 등을 연출한 남규홍 PD의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게 낯설지만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건 남 PD만의 확실한 색깔이었다.
12일 오후 방송된 ‘일대일’에서는 서장훈과 강풀이 동갑내기이자 각자 분야에서 정상을 밟은 ‘군주’로서 초대돼 서로 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은 초반 굉장히 어색해하며 웃음을 유발했지만 몇 번의 대화, 한방에서 같이 자야하는 룰 등에 따르며 서서히 가까워졌다.
‘일대일’의 포맷은 처음엔 굉장한 이물감이 있었다. ‘일대일 궁’이라는 판타지 공간에서 두 사람을 ‘군주’로 칭하며 정상회담 형식의 토크가 진행되고, 몇 차례의 기자회견, 만찬 등 인위적인 설정이 많아 이를 설명하는 오프닝이 굉장히 길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스러운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에겐 ‘일대일’만의 법칙을 준수한 뒤 방송을 시청해야한다는 것은 일종의 부담감이었을 터.
그러나 ‘일대일’의 이 낯선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한 맛으로 변했다. 인위적인 설정들 속에서 서장훈과 강풀의 마음이 점점 열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색다른 볼거리였다. 또한 판타지 속에서 빚어내는 진정성이었기에 그 깊이는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와 닿았다. 남 PD 작품만의 이런 독특한 색채가 ‘일대일’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살아났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MC없이 진행된 토크쇼라는 점도 프로그램의 강점이었다. MC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하고 게스트를 미화할 수 있었겠지만, 서장훈과 강풀 단 두 사람만이 엮어가는 토크쇼였기에 이혼, 정치적 성향 등 민감한 질문들도 조심스럽지 않게 등장했다. 굉장히 궁금하지만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을 별로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툭 건드는 ‘무심함’이 오히려 대답하는 사람이나 시청자 모두를 편안하게 했다. 넘어진 아이를 보며 호들갑떨지 않고 ‘이제 일어나’라고 말하는 모양새와 비슷했다.
‘일대일’은 남 PD가 앞서 비슷한 색깔의 교양 프로그램들을 성공으로 이끈 바 있기에 정규 편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