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렘을 뿌듯함으로 마무리하겠다.”
정일우는 ‘야경꾼 일지’ 첫 단체 대본 리딩 때 이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MBC ‘야경꾼 일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 중심에 정일우가 있었다. 그는 고성희, 서예지, 정윤호를 이끄는 9년 차 선배 배우로, 또 김흥수, 서이숙 등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범적인 후배 배우로 중심을 잡았다.
“중심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잘 맞추려고 노력했고 선배님들과는 상의를 많이 했죠.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서로 바쁘면 개인주의로 빠지기 쉬워요. 항상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배우들이 호흡이 좋으니까 현장에서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자신감도 더 붙었죠.”
‘야경꾼 일지’에는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 연기도 남달리 어려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 CG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정일우는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진지하게 연기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연기 자체가 설정된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어요. 자칫 ‘리얼함’이 없어질 수 있잖아요?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콘스탄틴’을 참고하기도 했죠. 이 영화도 퇴마사를 다루거든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저의 역할인 연기에 충실했어요. CG는 전문가 분들을 믿을 뿐이었죠. 그리고 제가 상상했던 CG 장면이 나왔어요. 굉장했죠. 하하.”
“영화 ‘무간도’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배우 중엔 장국영을 좋아해요. 갈우, 공리와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중국 작품 제의가 몇 차례 있긴 했지만 지금까진 기회가 닿지 못 했어요. 여러 가지 차기작을 고민 중이에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당연히 할 거고요.”
청춘스타로 시작해 중국 진출을 꾀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정일우는 탄탄대로를 달려온 듯 보였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흔들렸다”며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많이 알아봤다. 첫 작품에 인기가 너무 많아져 중심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제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요. 제 자신이 점점 익어가는 것 같아요. 스무살에 데뷔해서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는데, ‘후배’라는 수식어를 점점 듣기 어려워지는 게 슬프기도 하네요.(웃음) 책임감이 많아진 거죠. 특히 드라마는 공동체 작업이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되죠.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멋진 인간,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팬들이었다. 데뷔 때부터 함께 성장해 어엿한 ‘사회인’이 된 사람들이다. 정일우는 “내 영향을 받아 연예계로 진로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며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 분들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팬들이 있기에 제가 존재한다는 것, 매우 잘 알죠. 하하. 사생활도 조심하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