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5년 전 대학로에서 한 노(老) 배우를 인터뷰할 때다. 카페에 앉은 노배우는 펜과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기자가 질문을 하면 대략의 내용을 요약해 적으며, 가만히 본 후 대답을 했다. 허투루 대답이 나올 리 없었다. 자신의 답변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적어놓은 내용을 보고, 방향을 다시 잡곤 했으니 말이다.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와 영화 시사회, 앨범 쇼케이스 등에서 배우와 가수들을 보면, 종종 이 노배우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이 한창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라고 말할 때 말이다.
↑ 사진 속 현장은 위 내용과 상관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배우나 가수들의 기억력과 이해력이 아주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질문에 상관없이 나 혼자 말하면 알아서 기자들이 쓰고, 관계자들이 이해할 것이란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말보다는 사진기자에게 멋있게 혹은 예쁘게 찍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다보니 “바람이 왜 남쪽에서 불었죠?”라는 질문에 “네, 나무는 땅에서 자랍니다”라는 식의 대답이 종종 나오곤 한다. 현장을 진행하는 사회자도 재차 질문의 내용을 알려주기보다는, “네 다음 질문이요”라고 넘어간다. 모두가 못 알아들었지만, 진행자만 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는 비단 기자나 관계자들만 상대하는 자리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영화의 경우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에서도 종종 이 같은 모습은 보인다. 관객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본인들의 이야기만 이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어떤 질문이었죠?”라고 묻는다.
실상 이는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그들 앞에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연예인이 준비하든, 홍보
그게 없는 한 우리는 또다시 “질문이 뭐였죠?”라며, 이해력 떨어지는 ‘바보’ 같은 모습의 연예인을 시사회장에서, 제작발표회장에서, 관객과의 대화의 자리에서 종종 보게 될 것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