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노홍철은 이날 오전 0시에서 1시께 서울 논현동 세관사거리 근처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돼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의 휴대용 호흡 측정기 대신 혈액 채취를 선택했다. 경찰은 노홍철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할 예정이다.
여기까지가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 이상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살인미수에 준하는 범법 용의자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고 있는 '중범죄'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가 와인 몇 잔을 마셨고, 얼마의 거리를, 어떠한 이유에서였든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몇몇 팬 심(心)이 발동한 듯한 언론이 그를 감싸는 듯한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다. "노홍철이 불법주차된 차량을 옮겨달라는 전화를 받고 불과 20~30m를 운행했다"는 한 관계자의 코멘트를 강조한 것이다. '불과'라는 표현에서 이미 해당 보도는 안타까운 논조가 담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보도를 본 팬들은 흥분했다. 10여 년 방송 활동 기간 동안 별다른 탈 없이,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끼쳤던 이조차 용서를 했던 노홍철이다. '긍정의 아이콘'인 그가 준 웃음과 사람 됨됨이를 떠올리면서 대중은 그를 동정했다.
급기야 터무니 없는 '함정 취재설'이나 정부의 음모론까지 나왔다. 노홍철 본인이 사과하고 자숙하겠다 선언했음에도 그의 '무한도전' 하차 결정을 반대하는 서명이 벌어졌다. '무한도전'과 노홍철을 아끼는 팬의 바람이 '현장 목격자'로 포장돼 SNS상에 떠돌면서 관련 논란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마치 부득이하게 운전대를 잡은 그가 '표적이 돼 억울하게 걸렸다'는 늬앙스였다. '무한도전' 원년멤버였던 그의 공이 컸던 만큼 '그 정도 실수'는 용서해줘야 한다는 논리도 깔렸다. 이러한 잘못된 가치관을 문제 삼은 기자에게 몇몇 네티즌은 욕설이 담긴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언론은 더 파헤쳤다. 대중이 궁금해 한다면 아주 더 세세하게 파고 들어 '대중의 알 권리' 영역을 넘어선 의혹까지 진실을 규명하려 드는 게 언론의 생리다.
그 결과, 노홍철이 음주 단속 현장에서 인근 골목으로 차를 돌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단속을 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노홍철은 또 1차 호흡 음주 측정을 했으나 제대로 불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됐다. 그는 ‘10분 뒤 다시 측정하겠다’며 시간을 벌었고, 이후 매니저가 현장에 도착해 그 자리에서 채혈 검사를 요청했다는 경찰 증언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노홍철은 '무한도전'에서 사기꾼 캐릭터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성시권 대중문화평론가는 "근본적인 잘못은 노홍철 본인에게 있지만 일부 팬들의 과한 사랑이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을 더욱 나락에 빠트린 꼴이 됐다. 좀 더 성숙한 팬 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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