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신해철의 유해가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 잠들었다(사진=유용석 기자) |
말 한 마디 못하고 떠난 아쉬움이 다소 풀렸던 것일까. 고인이 가는 길 붉게 물든 단풍은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벌렸고, 가로수길 은행은 그리움의 노란손수건을 매단 듯 보였다.
지난 5일, 고 신해철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먹고 살기 힘든' 탓에 앞서 10월 31일 진행됐던 고인의 발인식은 배웅하지 못했던 터다.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중립을 지키고 객관성을 담보해야하는 기자가 울면 안 됐다.
원지동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고인의 유해는 분당 수내동 음악작업실과 경기도 광주 자택을 들러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 잠들었다. 자택에서 차량으로 이동했을 때 약 1시간 30분 떨어진 거리다. 분당스카이캐슬추모공원이 고인의 집과 가깝게 있었으나 S병원과 이름이 겹쳐 유족은 안성까지 가게 됐다.
↑ 故신해철이 생전에 탔던 카니발 승합차량과 그가 머문 자리 |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해철) 형님이 이 차 한 달도 못 타고 가셨네요. 회사에 돈이 없어서 벤은 못사고 이제 이 중고차로 열심히 해보자 하셨었는데…." 그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차에 욕심이 없으셨어요. '그냥 아무거나 태워주는 거 타고 다닐게'라며 해맑게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 故신해철의 개인차량 |
↑ 故신해철의 음악작업실과 인근 가로수길(사진=KCA엔터테인먼트 제공) |
고 신해철 개인의 도의적 빚이 꽤 됐다. 한때 싸이렌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던 그는 당시 빚만 졌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도 그는 마음으로 진 빚까지 갚고자 했다. 정 많은 고인에게 사업이란 마이너스통장이나 다름 없었다. 그가 현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올해 7월 약 6년 만에 발매했던 신곡 '아따'의 원맨쇼 뮤직비디오가 나온 이유 중 일부다.
↑ 신해철 "아따" 뮤직비디오 영상 갈무리(사진=KCA엔터테인먼트 제공) |
고인의 매니저는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영정 앞에 일명 '삼선슬리퍼'를 사다놓았다. 소탈했던 신해철은 평소 '짝퉁'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매니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에 정품을 사다주겠노라고 약속했었다. 그렇게나마 뒤늦게 약속을 지킨 그는 고인을 추억하며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아! XX, 오늘 참 날씨 좋네.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이날은 비가 오지 않아 그의 흐르는 눈물은 감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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