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시의성이라는 게 있을 수 없지 않나요?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문제가 있겠죠. 사실 방송사 고발 프로그램이었다면 바로 나왔어야겠지만, 영화잖아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했고, 내놨다고 생각해요.”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은 오래된 기획인 것 같다는 말에 이처럼 답했다. 영화는 과거 한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티프로 했다. 부 감독은 “특정한 사건으로 영감을 받은 건 맞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노동 현장을 참고했다. 다양한 뉴스와 다큐멘터리, 자료들을 보며 각색에 공을 들였다. ‘카트’는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기획하고, 부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작품이다. 초고는 상업적인 측면이 더 강했지만, 감독은 덜어낼 부분을 덜고 현실적으로 와 닿게 다듬었다.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다른 말이다.
고객을 가장해 근무 태도를 살피는 ‘미스터리 쇼퍼’와 노동 운동을 하면 등장하는 연대세력들의 집어넣지 않았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동료애를 강조했고, 연대세력과 관련해서는 촛불 문화제 정도로만 그렸다. “스토리 집중력과 현실적인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반응은 꽤 좋다.
‘카트’는 2009년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 이은 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이다. 그는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정말 찍고 싶었던 때였다”며 “소재가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라 어렵거나 갸우뚱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소재나 내용이 다른 연출가는 꺼릴 수도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저도 그랬지만 많은 이들이 지금도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을 못 해요. 육체적이든, 정신적 노동자든 자신의 노동을 팔고 살아가는데 우리의 권리에 무지하잖아요. 이번에 자료 조사하면서 모르고 살았던 것을 알았죠.”
부 감독은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사건 등을 경험한 분들이 좋아할 만한, ‘우리 이야기를 잘 풀어냈구나’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했다. 그게 첫 번째 목표였다”며 “그런 뒤 일반인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나왔으면 했다. 당사자들이 ‘우리 얘기 아닌데?’라면 ‘꽝’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부 감독의 마음이 통했는지, 최근 실제 사건 경험자들의 반응도 꽤 좋단다. 부 감독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지 즐거워했다.
또 행복한 기억 하나. 극 중 마트 직원들이 투쟁하는 가운데 가정을 돌봐야 하는 현실에 타협한 직원 몇몇이 복귀하는 신이 있다. 3명이 복귀하는 건 이미 결정 났는데 그 비율을 높이기 위해 3명을 더 뽑아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부 감독은 “3명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 어려울지는 생각조차 못 했다”며 “주연들뿐 아니라 조연, 단역들까지도 끝까지 투쟁하고 싸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분들이었다”고 떠올렸다. 함께하자는 동료애가 강해 벌어졌던 일화다. 앞서 염정아는 촬영 현장에서는 여배우들끼리 어떤 기 싸움이 있지만 ‘카트’ 현장에서는 “기 싸움은 없고 동지애 같은 게 있었다”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