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생각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들을 다 안다고 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지내는 열입곱살 고등학생 영재(최우식)도 그 속을 알 수 없다. 그의 행동을 이해는 할 것 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재가 어디로 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룹홈 엄마·아빠의 말을 잘 듣는 학생처럼 보이지만, 그는 뒤로는 그룹홉 창고 물건에 손을 댄다. 거짓말도 밥 먹듯 한다. 이중생활, 영재는 순수함과 영악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살아가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 동생이 있지만 이들 모두 없는 듯 살아야 하는 소년을 보면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자발적으로 집을 나온 것 같지만, 그는 버림 받았다.
같이 살던 친구가 자신 때문에 의심을 당하고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서, 영재는 혹시 자신이 걸릴까 긴장한다. 잘못을 아는 그는 용서를 구할까 하다가도, 그 상황이 넘어가기만 하면 변한다. 또다시 창고 물건에 손을 댄다. 죄책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황량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겉으로 웃는 척하는 소년. 그룹홈을 후원하는 성당의 신부, 공부를 가르쳐 주는 누나, 자신을 싫어하는 그룹홈 아빠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애원하는 그의 절규와 외침은 먹먹하다.
배우 탕웨이의 남편과 동명이인인 김태용 감독은 과거 부모를 떠나 그룹홈에서 살던 자신의 경험을 녹였다. 28살인 김 감독은 서른 살이 되기 전, 하루라도 빨리 과거 10대 때 느낀 진정성을 담으려 했다. 영화는 “어린 시절, 사는 게 숨이 찼다”고 한 감독의 말이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온전히 드러낸다. 쉽지 않은 삶이었다는 말이 스크린에 구현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왜 책임을 안 지느냐”고 절규하는 영재를 표현한 배우 최우식의 연기는 꽤 인상 깊다. 조숙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나 세상을 빨리 알아버린 소년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안타까움이 깊어진다.
영화가 끝나도 상처 받은 아이 영재를 이해하긴 쉽진 않다. 그의 상황이 이해 안 될 수도 있다. 내용도 완벽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은 느껴진다. 그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느냐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어른들은 그를 다른 그룹홈으로 보낼 뿐이다.
10년의 영재는 어떻게 돼 있을까 궁금하다. 김 감독은 자기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연출가가 됐다. 다행이다. 108분. 12세 관람가. 11월1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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