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방송가 트렌드인 관찰 예능 위주의 편성에서 벗어나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을 과감히 편성해 제작하고 있는 것.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꿋꿋하게 갈 길 가는 이들의 발걸음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9일 종영한 10부작 예능 프로그램 SBS ‘달콤한 나의 도시’(이하 ‘달나도’)는 신선한 구성과 소재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어 시청률 면에선 시원한 성적을 거둬들이진 못했지만 일반인 2030 여성 4명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재미를 살려내 매니아 시청층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달나도’에서 다룬 결혼, 남자 친구, 다이어트, 독립, 직장 생활 등은 2030 여성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여성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코드였다. 또한 온라인 영어강사 최정인, 변호사 오수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 사원 임현성, 헤어 디자이너 최송이 등 각기 다른 개성의 출연자와 그들 주변의 캐시, 한별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짚어가며 보다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얘기하고자 했다.
이 역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다큐멘터리와 예능 중간 사이에서 저만의 개성을 잘 살려내며 새로운 장르의 출현 가능성을 짐작케 했다. 동시에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는 여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극복한 해결법이기도 했다.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도 충분히 예능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시즌2를 기대하며 ‘달나도’ 10부작을 모두 내보낸 SBS는 또 한번 용단을 내렸다. ‘짝’ 남규홍 PD의 신작 ‘일대일-무릎과 무릎사이’라는 파일럿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 다음 달 5일 첫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 2명이 정해진 형식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콘셉트를 지향한다. 스타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을 충분히 내세울 수 있었지만 또 한번 모험에 나선 셈이다.
SBS의 색다른 예능 행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방영된 ‘심장이 뛴다’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공익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지향한 ‘심장이 뛴다’는 스타 다수가 별다른 이슈 없이 사는 일상을 찍기 보다는 소방대원의 삶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스타들이 고군분투하는 얘기들을 담아냈다. 삶과 죽음 앞에서 따뜻한 인간애,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 이 프로그램은 비록 한자릿수 시청률이었지만 ‘모세의 기적’이라는 특집으로 시민 의식을 움직이게 했고, 폐지 발표 이후 재편성 요청이 쏟아질 만큼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다른 방송사와 차별된 색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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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