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문정희 “체력은 곧 연기, 제가 고생해야 재밌어요”

[MBN스타 최준용 기자] 영화 ‘연가시’ ‘숨바꼭질’과 MBC 주말드라마 ‘마마’로 강인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배우 문정희. 그가 비정규직 싱글맘으로 돌아왔다. 문정희는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얘기를 그린 ‘카트’에서 투쟁의 선봉에 선 리더이자, 한 아이의 엄마 혜미로 분했다.

‘카트’는 지난 2007년 이랜드일반노조 파업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노동운동과 비정규직이란 소재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어렵고, 상업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처음 시나리오와 함께 출연 제의를 받았던 그의 당시 기억은 어떨까.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소재에 대한 부담감 보단 어떻게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을까란 생각이 앞섰어요. 사회고발 보단 이웃과 나누며 공감 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그때 그 사람들’을 제작한 명필름이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잘 녹여서 정서적으로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잘 만들 거라 생각했어요. 이미 김영애 선배님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캐스팅 돼 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힘 있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에 함께 하게 됐죠.”

↑ 사진=이현지 기자

문정희는 2007년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이어진 이랜드일반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당시 그가 파업 사태가 벌어진 곳 근처에 거주했기 때문. “영화 촬영 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죠. 제가 살던 동네였고, 엄청난 사건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발생되면 무관심하거나 귀찮게 여기는데 그 점이 속상했어요. 마트에서 일어나는 노조 얘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일비재해요. ‘카트’는 내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영화가 잘나왔으면 했죠.”

영화 속 혜미는 실리를 명확하게 따진다. 이혼 후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인 그에게 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야근은 의미가 없다. 회사에게 있어 혜미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그는 진상 고객을 만나 사측의 요구로 무릎을 꿇기도 하고, 실직 후에는 노조 가입을 권고하며 적극적으로 투쟁을 이끈다. 하지만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그녀는 복직을 조건으로 회유하는 사측과 끝없는 투쟁에 지쳐가는 노조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출산률도 낮은 국가가 ‘엄마’를 할 수 없게 하면서 출산장려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죠.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여성이 대다수잖아요. 근데 현실은 여성들에게 앞날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없더라고요.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꼬집고, 당장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혜미였죠.”

↑ 사진=이현지 기자

문정희는 영화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부지영 감독과 끊임없이 캐릭터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했다. 그는 얘기했다. 현장에 여배우는 없었다고. “부지영 감독님은 혜미를 보이시하고 리더십 강한 여자로 생각해 머리도 짧게 하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저는 철저하게 한 가정을 대표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가자고 했죠. 혜미의 날선 부분은 생활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길 바랐어요. 부감독도 결국 제 의견을 받아주셨죠.”

사측과 노조원들의 갈등이 주된 소재이다 보니 여배우로선 다소 버거울 수 있는 액션신도 많았다. 노조원들이 마트를 점거하자 회사 측은 용역을 동원해 진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몸싸움은 물론, 물대포까지 동원된다. “용역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온 몸에 멍이 들고 살이 까지고 고생이 많았죠. 막상 찍을 땐 몰랐는데 촬영을 마치고 나서 영광의 상처를 확인하곤 했어요. 용역 직원들로 인해 노조원들이 머물던 천막이 무너질 땐 연대의식이 생겼죠. 저 뿐만 아니라 모두들 비정규직 노조원에 빙의됐던 것 같아요.”

↑ 사진=이현지 기자

문정희는 지난 2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맹활약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작품 속 캐릭터에 자신을 던지는 스타일인 그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년 동안 거의 쉬지 못했어요.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게 촬영장에서 대기해야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잖아요. 연기는 체력이고, 체력은 곧 연기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관객들은 제가 고생하고 힘들어야 좋아해주시고 흥행도 되더라고요. 그간 바빠서 미뤘던 여행을 가족과 함께 가려고 해요. 차기작은 그 이후에 고민하려고요. 아이도 가져야 하는데 참 숙제가 많네요. 하하.”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