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홍도의 기구한 인생과 처절한 울음소리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홍도야, 울지 마라”라는 노래 구절이 떠오르고, 홍도의 착하고 변치 않는 마음이 안쓰럽기 만하다. 하나뿐인 오빠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그리고 마음을 품게 된 광호에 일편단심인 홍도는 가련하다.
‘홍도’는 빨간 복숭아(紅桃)가 아니라, ‘파란 달 아래 흩어지는 빨간 꽃송이’란 뜻이다. 연극 ‘홍도’는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당연시해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바보로 취급되는 약아빠진 세상에 찬물을 끼얹는다.
↑ 사진= 홍도 포스터 |
1년을 약속하고, 광호는 중국 베이징으로 그림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됐지만, 홍도는 부엌데기로 집에서 한 발자국도 떠날 수 없다. “편지하겠다” “일기를 쓰면서 기다려라”의 약속을 내걸었지만 시어머니와 봉옥, 광호를 짝사랑하는 혜숙, 그들을 뒤에서 돕는 월초의 계략에 의해 홍도는 결국, 집에서 내쫓김 당하고 오빠와 단둘이 살게 돼 버린다.
뿐만 아니라 광호와 홍도의 사랑에는 점차 금이 가고, 오해의 싹까지 틔운다. 일편단심으로 광호를 기다렸건만, 홍도가 마주한 건 혜숙에게 마음을 돌려버린 광호였다. 감정이 격해진 홍도는 결국 칼날을 내뽑고, 순사가 된 오빠의 손에 쇠고랑을 차는 기구한 길을 가게 된다.
‘홍도’는 ‘화류비연극’이라는 화려함이 묻어나는 수식어와 다르게, 무대는 새하얗다. 계단식으로 꾸며진 무대와 홍등과 기와집을 나타내는 사람인(人) 모양의 장치가 더해진다. 뿐만 아니라 격정적인 배경음악도 없다. 귀청이 떨어지는 꽹과리 소리 한 번을 제외하고 배우들의 구성진 가락, 작게 들리는 장구소리 등 나지막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대학로에 만연한 ‘화려함’은 찾을 수 없는 단출한 무대와, 배우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박동을 자극하는 음악이 없기에 배우들의 표정 하나, 대사 한마디, 동작하나에도 시선을 뗄 수 없다.
화려하지 않기에, 눈에서는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배우들의 생생한 생목(?)라이브는 기교 넘치는 바이브레이션에 질린 귀는 정화되는 느낌이다.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정겨운 장구, 북소리를 정겨움을 더해주며, 대사에 힘을 더하는 배우들의 절도 있는 손동작과 걸음걸이는 극의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눈물을 흘리다가도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는 마냥 신파일 수도 있는 스토리에 단비같은 존재다.
‘홍도’는 1936년 임선규 원작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영화 ‘홍도야 울지 마라’의 신파극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