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손창민, 한석규…90년대 오빠들이 안방을 점령했다

[MBN스타 이다원 기자] 1990년대를 주름잡던 오빠들이 돌아왔다.

MBC ‘서울의 달’ 한석규, SBS ‘모래시계’ 최민수, MBC ‘내가 사는 이유’ ‘의가형제’ 손창민 등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탁 칠만한 작품 속 주인공들이 이젠 중후한 멋과 감칠 맛 나는 연기력을 무기 삼아 지상파 드라마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는 것. 시대가 변해 타이틀롤은 나이 어린 배우들의 차지가 됐지만 이들마저 누르는 놀라운 존재감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부장 검사 문희만 역을 맡은 최민수다. 최민수는 극 중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성과에 목숨 거는 치졸한 상사로 나오지만 특유의 선 굵은 연기력과 이미지를 더해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곱슬머리에 나직하게 말하는 말투부터 비열한 눈빛, 그러면서도 부하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글맞은 성격까지 제대로 표현해내며 드라마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철없이 패기만 강한 젊은 검사 구동치(최진혁 분), 한열무(백진희 분)의 순수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속된 느낌도 최민수 연기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손창민은 최민수와 달리 3류 건달 느낌이 물씬나는 ‘개차반 백수’ 정창기로 변신했다. 극 중 정창기는 모으는 돈마다 도박에 탕진하는 철없는 인물로 과거가 베일에 싸여있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구실을 한다. 손창민은 이런 정창기 역을 위해 더욱 날렵해진 얼굴선과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매치하며 캐릭터를 재현해냈다. 여기에 건들거리는 ‘양아치’ 연기는 그의 과거가 의심될 정도로 자연스러워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출연 단 1회 만에 최민수와 함께 드라마를 장악하는 ‘신스틸러’로 자리 잡았다.

SBS ‘비밀의 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한석규도 빼놓을 수 없는 1990년대 오빠다. 한석규는 이 작품에서 아들 이선(이제훈 분)과 갈등을 빚는 영조 역을 맡아 매 회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신경질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때론 광기까지 보이는 영조를 마치 다중인격을 지닌 듯 팔색조처럼 표현해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에 딱 맞는 사례라는 평가다.

이들의 안방극장 귀환은 1990년대 드라마를 추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이 배우들의 전성기를 겪지 않고 자란 젊은 시청자들에겐 풍성한 볼거리와 깊은 연기력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