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4년, 배우 겸 가수 윤계상은 12년 만에 god 완전체로 고향인 가요계에 컴백했다. 과거 전성기를 재현해내듯 god를 향한 인기는 너무도 뜨거웠고, 따로 활동했던 이들의 뭉침은 감동까지 선사했다. 음원차트 1위, 성공적인 콘서트 마무리 등 가요계를 제대로 섭렵한 god 멤버 윤계상이 이번엔 영화 ‘레드카펫’으로 2014년 스크린 장악까지 계획하고 있다.
‘레드카펫’은 19금 영화계의 어벤져스 군단과 이들에게 제대로 낚인 골 때리는 흥행 여신의 오감자극 에로맨틱 코미디다. 극에서 윤계상은 에로영화 감독 정우 역을 맡았다. 특히 작품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의 실화를 소재로 삼아 ‘에로, 19금’이지만 ‘잔잔한 감동’이 담겨있다. 정우 역시 윤계상이 연기한 한 인물임을 떠나 박범수 감독의 분신으로 대중을 자극한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디자인=이주영 |
“박범수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박범수가 감독이 나에게 ‘저 270편 이상의 에로영화를 찍은 에로감독이예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이 모습이 매우 떳떳해보였고 멋있더라. 난 배우로서 대중을 만날 때 떳떳하게 배우라고 소개를 못하고 대충 얼버무렸는데 당당히 자신을 소개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좋더라. 또한 감독이 너무 재미있고 그냥 사람 자체가 좋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고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더 많은 영화를 찍었으면 한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감독님을 좋아했다. (웃음)”
감독과 배우가 서로를 생각하는 훈훈한 친분, 에로영화 감독의 성장기지만 사실 상 모두의 성장기, 성장통을 담아 격하게 공감되는 이야기,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상황의 연속 등 ‘레드카펫’은 신선하고 묵직하다.
하지만 예정보다 개봉일이 늦춰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소 사그라지기도 했다. 또 기다리다 지친 관객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봉 즈음 “영화가 너무 잘나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시 한 번 긍정 반응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어렵게 개봉된 만큼 대중의 관심이 커진 셈이다.
“‘레드카펫’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 희망적인 메시지가 가진 힘을 대중이 알아본 것 같다. 내가 맡은 정우는 극장 개봉을 할 수 없는 에로영화 감독이지만 불행하다 느끼지 않고 어떻게든 꿈을 찾아가려고 애쓴다. 그를 통해 꿈의 끝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과 이 과정 속에 행복이 있음을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레드카펫’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태종대 영화제 장면이다. 정우 자신이 찍은 영화가 영화제에 초정되어, 일부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을 울리고 웃긴다.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적시기도 한다. 이는 정우가 아닌 박범수 감독이 자신의 진심을 즉, ‘레드카펫’ 개봉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진정성 있게 관객에게 전하는 듯해 감동이 배가된다. 가장 중요한 장면인 만큼 윤계상도 연기함에 있어 긴장했을 법도 하다.
“태종대 영화제 장면에 대해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사도 현장에서 많이 수정했는데 함축적이면서도 진실하게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해 뜨기 30분전에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 좋다. 마치 나의 입을 통해 박범수 감독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다. 때문에 감독의 순수한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물론 ‘레드카펫’은 에로영화 감독에서 진짜 영화감독으로의 꿈을 이룬 박범수 감독의 성장기이다. 그러나 가수가 아닌 영화배우로서 한발 더 나아가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윤계상과도 닮았다. 그러니 윤계상의 성장기로도 볼 수 있다.
그 역시 god로 정상에 올랐지만, 탈퇴 후 배우라는 직업으로 대중을 다시 찾았을 때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로 남몰래 속앓이도 했을 것이고, ‘흥행’과 편견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 모습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비해 여유로워졌고 영화를 대할 때나 작품을 소개할 때 좋은 기운을 얻고 있다. god로 다시 뭉치고 활동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마음이 편하니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시선이 생긴 듯 하다. (웃음) 또한 ‘레드카펫’ 촬영 당시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그렇지 않음을 알려주는 감독과 나 사이에 공통점이 있어 작업하기 수월했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좀 더 인정받고 싶은 내 마음과 노력을 박범수 감독이 아는 듯 했다. ‘레드카펫’이 나의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되는 걸 촬영 내내 느꼈다.”
“과거에는 출연작이 나올 때 마다 시험대에 오르는 듯했다.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신경 써 불편했는데 지금은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편하게 이야기하게 됐다. 나 역시 ‘레드카펫’ 속 정우와 비슷한데 시상식과 영화제에 그냥 가는 게 아닌 인정받고 떳떳하게 가고 싶었다. 때문에 잘 참석하지 않았었는데 ‘풍산개’로 인정받고 떳떳하게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하니 정말 행복하더라. 내게 있었던 열등감, 자격지심도 없어지고 정말 즐겼다. 물론 지금도 시상식과 영화제 레드카펫이 익숙하진 않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바뀐 건 사실이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흥행과 시청률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저조한 흥행성적과 시청률을 기록할 경우 모든 화살을 주인공에게 돌아가며, 좋은 성적을 낼 때까지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6년째 연애중’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풍산개’ ‘사랑의 가위바위보’ ‘형수님은 열아홉’ ‘사랑에 미치다’ ‘트리플’ ‘로드 넘버원’ ‘최고의 사랑’ ‘태양은 가득히’ 등에 출연했던 윤계상에게도 예외는 없다. 쌓인 필모그래피에 비해 그의 대표작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꾸준히 천천히 god 윤계상이 아닌 배우 윤계상으로 인정받길 노력하고 있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나 역시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기대를 안 하려 한다. 흥행보다는 기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god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고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정상을 유지하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때문에 느리지만 천천히 기초를 다져가면서 가는 게 더 좋다. 그리고 흥행은 내가 찾는 게 아닌 세상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냐. 작품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흥행보단 이야기를 중점에 두고 선택한다. 대중들의 눈에 난 god 윤계상이거나 배우 윤계상, 또는 둘 다로 보고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