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34)은 충무로에서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혜성같이 등장했다고 표현해도 괜찮다. 이후 영화 ‘이웃사람’, ‘박수건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용의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을 통해 다양한 연기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연기하고 싶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는 게 싫어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던 김성균. ‘범죄와의 전쟁’을 만나, 그리고 윤종빈 감독·하정우를 만나 연기의 재미에 다시 푹 빠지게 된 그는 즐거워 보였다.
그를 보는 관객들도 험상궂게 생긴 얼굴 이면에 순수함과 귀여움이 상존한다는 걸 알고 좋아한다. 23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는 범죄자와 귀여운 청년이라는 극단의 연기를 보여줬던 김성균의 중간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형제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힐링 코미디. 적당한 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져 있는 영화에서 그는 배우 조진웅과 호흡을 맞췄다. 투톱 주연이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연기했다”고 했지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를 만났다.
-다른 작품들보다 말이 많아지고 빨라진 것 같다?
이전 영화에서는 그 역할들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말이 빠르면 가벼워 보이지 않나. 이번에는 대본에 대사가 장문이더라. 내가 열마디 하면 진웅이 형이 “음”이라고 하고, 또 열마디 하면 “보고 싶어서”, 또 열마디 하면 “찾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래도 진웅이 형처럼 영어 대사 외우는 것보다는 대사가 많은 편이 나았다.(웃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릴 때 동경하던 연출가였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신기한 생각뿐이었다. 10년 전 동경했던 분과 술도 한잔하면서, 작품 얘기하니 재미있었다. 연극을 하는 동료들은 “와, 진짜? 장진 감독님과 작업한다고?”라는 반응도 있었다. 또래 연극배우들은 부러워하더라. 물론 그렇다고 장진 감독이 우리 사이에서 신 같은 존재는 아니었고.(웃음)
-진짜 장진 감독을 좋아했나 보다. 직접 만나고 작업한 감독은 어땠나?
유쾌하고 젠틀했다. 거침없이 일하는 스타일이더라. 위트 있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화산처럼 생성해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다. 가장 놀란 건 일상에서 가정적이고 아내와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웃음)
-극 중 하연(김성균 역할)은 무당이다. 굿하는 신도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 편집됐다.
무당들이 떡까지 해서 왔었다. 본인이 입는 옷까지 입혀주시고 자세도 잡아주셨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렸고, 탈진하면서까지 찍었는데 편집됐다. 그래도 감독님이 선택과 집중을 한 게 아닐까.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게 급하니까. 거침없이 찍고 편집하는 게 감독님 스타일이다. 편집된 것이, 거침없이 찍는 게 아쉽다기보다 사실 어떤 불안함이 있긴 했다. 진웅이 형은 “우리 진짜 집에 가도 되나?”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래도 감독님을 믿었다.
-이번이 첫 주연작이다. 말하자면 투톱 주인공이다. 감흥이 남달랐을 것 같다.
솔직히 아무 감흥 없었다.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상시 하던 대로 했다. 물론 개봉을 앞두고 부담이 생겼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예매사이트를 주식 증세 보듯 자주 봤다. 또 장진 감독님과 진웅이 형이 스케줄로 홍보 일정에 나만 나오니 소년 가장이 된 느낌이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악역을 주로 맡다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삼천포를 연기해서 사랑 받았다. 그 뒤 참여하는 캐릭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맞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게 좋았다. ‘응사’ 끝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사람들이 나만 보면 그냥 웃더라. 나이가 35살인데 귀엽다고 하니까. 이런 역할로 사람들이 기억하는데 그렇다고 20대 초반의 역할로 계속 갈 수도 없고, ‘난 원래 악역이었어’하면서 눈에 힘을 다시 주면 사람들이 콧방귀 뀔 것 같은 생각이 있었다. 적당한 작품이 뭐 없을까 했는데 이 영화가 나타났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맞다. 1회 방송이 되기 전까지도 고민했다. 내 모든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중에 나도 ‘내 길은 악역, 악역이 내가 먹고 살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악역을 다양하게 해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응사’를 하면서 ‘이것 잘못되면 악역도 못하고 내가 살아갈 길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을 했다. 다행히 1회부터 반응이 괜찮아서 배역에 점점 빠져 들어갔다. 내일 대본은 어떤지 기대하게 됐고, 다른 고민은 없었다. 걱정을 내려놓자는 생각을 했다.(웃음)
-어떤 모습의 연기가 편한가?
센 캐릭터 할 때는 춥고 힘드니까 실내에서 밥 먹고 대사하는 연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얼굴에 피 안 묻히고 달달한 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응사’에서 식탁에서 밥 먹고 웃으며 연기하니 얼굴에 피 묻히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하더라. 사실 내가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 질투도 난다.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라고. 나 외에 다른 모든 배우가 다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상대역 조진웅과의 호흡은?
형이 감각적이고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눈을 보고 연기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상대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 연기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잘 되고 나서 주위 반응은?
난 허름하게 입고 다니는 편인데 언젠가 동네 술집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내 옷을 보고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 옷이 몇 년 전 공연을 할 때부터 입은 옷이었다. 그렇게 말하니 웃겼다. 지금도 편하게 하고 다닌다. 주변은 그런 반응이고, 내가 욕심이 많이 생긴 게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조금만 해도 만족했는데 요즘에는 더 큰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자꾸 욕심이 생긴다.
-인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고?
그렇다. 사실 ‘응사’ 때 적응이 안 됐는데 ‘응사’가 끝나고 잠잠해지고 편안해지니 약간 서운한 감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때였구나 생각했다. TV를 보면 연예인들이 ‘믿고 사랑해부는 팬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를 응원해주고 선물도 건네주시는 분이 생기니 진짜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가족 바라보듯 해주는 마음들이 정말 고마웠다.
-나는 언제 하정우처럼 될까라는 생각을 해봤나?
많은 후배가 정우형을 동경의 대상, 목표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뒤를 쫓아가기보다는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어떤 나만의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우 형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을 주더라. 영화 ‘허삼관 매혈기’ 출연 때문에 영화사 사무실을 갔는데 형이 약을 건넸다. 그때 한창 ‘응사’가 이슈됐을 때인데 형이 허브로 만든 천연 생약을 주더라. 그런데 그 약을 다 먹기 전에 ‘응사’ 열기도 없어졌다. 사람들이 이제 편안하게 생각하더라.(웃음)
-‘범죄와의 전쟁’ 이후 3년을 회고하면?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좋다. 복합적으로 모든 게 다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생각하고 걸어왔는데, 훅 지나가더라. 누군가가 보기에는 다양하게 연기해온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아니다. 앞으로도 신경 안 쓰고 연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가장 달라진 것은 뭐냐고? 통장 잔고가 많아진 것 정도?(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