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신해철은 앞서 17일 서울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았는데, 퇴원 후 지속적으로 가슴과 복부 등에 통증을 호소해 왔으나 이 때문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결국 몇 차례 응급실을 오갔던 그는 22일 새벽 S병원에 재입원했다가 그날 오후 1시께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다시 개복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예후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중환자실에 있는 그의 면회는 오전 10시와 오후 8시 딱 두 차례뿐이다. 가족들만 가능하다.
일단 그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의 첫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는 모든 게 긴급했다. 속속 쏟아져 나오는 확인되지 않은 '베껴쓰기' 보도가 넘쳤다. 오보성 보도 역시 간혹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던만큼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될 수밖에 없었지만 일부 언론은 또 한 번 자극적인 문구로 호기심을 유도하는데 급급했다.
오히려 팬과 지인들을 안심시킨 건 신해철의 어머니였다. 경기도 광주에 살고 있던 신해철의 어머니는 아들의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면서도 소속사 대표에게 "걱정마라. 아들 괜찮을 것이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약사 출신인 신해철의 어머니는 강건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신해철 역시 그러한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 역시 그가 놓을 수 없는 삶의 끈이다. 신해철은 2002년 9월 3년여간 사귀어온 아홉살 연하의 윤 씨와 일본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96년 미스코리아 뉴욕진 출신의 윤씨는 세계적인 금융회사 골드먼삭스 일본지사에서 근무하던 재원. 그러나 윤 씨는 신해철을 만나면서 암 투병 중이었다.
신해철은 결혼 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신해철은 자신이 DJ를 맡고 있던 SBS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아내될 사람이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간호해주고 싶어 결혼을 결심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신해철의 오랜 지기이자 현 소속사 대표인 양승선 씨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때 그가 그랬다. '결혼해서 잘못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그녀와 더 오랜 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결혼한 신해철의 아내 윤 씨는 수술 2번에 방사선 치료 6개월을 받고 완치됐다.
신해철은 올해 7월 6년 만에 앨범을 발표하고 왕성한 활동 중이었다. 그 앨범에는 '단 하나의 약속'이란 곡이 담겼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신해철은 이 노래에 대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만들어 15년 간 손질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흔하디 흔한 가벼운 '러브송'이 아니었다. 그는 "요즘 이런 진지한 노래는 안 먹힌다고 동료 뮤지션들이 그러더라"며 웃었다.
우리의 '마왕' 신해철은 죽지 않는다. 그가 한 '단 하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 이거 단 하나 이것 하나 만큼은 맹세한다 내게 말해줘/ 어떡해도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하나만 약속해줘 어기지 말아줘/ 다신 제발 아프지말아요/ 내 소중한 사람아/ (중략) / 돋보이지 않아도 남들이 뭐라 해도 좀 더 게을러도 괜찮아요/ 겉모습이 변해가면 함께 새 옷을 찾아다녀요/ 매달 예민해 지는날 내가 많이 웃겨줄께요.'
신해철은 과거 한 방송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영상 유언장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fact@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