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평단도 뭉클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갑을 관계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비정규직 마트 직원들의 권리를 찾기를 담은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열심히 일하면 이들도 좋고 회사도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엄마들은 하루아침에 부당해고를 당했고, 맞서 싸웠다. 배우들의 연기는 지금도 부당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몇몇 회사를 향해 분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룹 엑소 디오(도경수)의 팬 일부 탓에 그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먹먹한 감정을 느낄 새 없이 상영관 앞줄에서 소란이 일었다. 엑소 팬들(이 아니라 사진을 찍어 팔려는 몇몇이라고 믿고 싶다)이 상영관 앞줄을 선점, 사진 취재를 불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 아차산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카트’ 언론 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는 10여 분 지연됐다. 사전에 걸렀는데도 이미 가짜 명함 제작은 일도 아니라는 듯,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방해했다.
극중 도경수는 염정아의 사춘기 아들도 꽤 괜찮은 연기를 했다. 편의점 사장에게 호되게 맞는 신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추어올리고 싶다. 김영애는 “경수가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안아주고 싶었다. 보면서 많이 놀랐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부 팬 탓에 ‘카트’의 막내 도경수는 난처해야 했다. 도경수 역할도, 영화도 이제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민망함만 가득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영화 상영 전 엑소의 진정한 팬들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 쿠키도 잊었다.
팬이라면 연기자로 성장하는 도경수를 응원해야 한다. 이런 행동들은 응원이 아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이 좋게 받아들여질 리도 없다.
앞서 최근 끝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카트' 상영회에서도 도경수가 등장할 때 환호성이 나왔다. 그가 대사할 때도 비슷했다. 영화를 감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후에 도경수를 보기 위해 전날 밤을 지새우며 행사 장소에서 노숙한 어린 친구들이 꽤 많았던 게 기억난다.
도경수는 언론시사회 후 “우리 영화를 10대 청소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내용을 이용해 팬들에게 적절하게 건넨 말로 들렸다.
엑소 팬 여러분, 엑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일화라 생각하라고 하고 싶은가? 영화계에서는 민폐로 회자될 일화일 것 같다. 그리고, 우리도 엑소의 팬덤은 이미 알고 있다. 일반 상영관에서 혼자 있다면 마음껏 소리 지르길. 그렇지 않다면 마음 속으로만 응원해주길. 제발.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