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위기에 당면한 출연진 혹은 프로그램을 향해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상관이 없으나, 그에 따른 결과는 책임질 수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기대가 커서일까. 일본의 인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KBS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그 명성 만큼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제작 준비 단계부터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는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8년 방송된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오랜만에 출격하는 오케스트라 소재의 드라마인 만큼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컸다.
정작 뚜껑을 연 ‘내일도 칸타빌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지나치게 원작을 따라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과, 그래도 한국판만의 매력이 있다며 옹호하는 이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시청률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급기야 지난 20일 방송은 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떨어졌다. 잘 풀릴줄 알았던 ‘내일도 칸타빌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노다메 칸타빌레’가 아니라 ‘내일도 칸타빌레’라니까요?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완성되지 못한 원작 탈피와 어설픈 흉내다. 국내정서에 맞게 각색했다는 ‘내일도 칸타빌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충실하다. 국내 드라마에서 사용되지 않는 과도한 리액션에서부터, 극중 설내일(심은경 분)이 차유진(주원 분)을 향해 ‘오라방’이라고 부르는 장면, 극 곳곳에 진하게 배어 있는 만화적인 요소까지.
원작에 충실한 건 좋다. 하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는 지나치게 ‘노다메 칸타빌레’에 집중한 나머지 본인만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내일도 칸타빌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 문제가 아니다. 최고의 화제상과 시청자들이 원한 최상의 배우들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가져다 두었음에도 이를 버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차유진이 설내일에게 호감을 갖게 된 시기는 지나치게 빨랐으며, 만화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편집이 우선순위다보니 감정선 역시 매끄럽고 보기 어렵다. 일본 원작의 연출을 따라하다 보니 디테일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과하거나 지나치게 부족함을 반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완급조절에 실패하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는 겉돌고,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끊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상황 속 시청자들은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나라 배우들로 바뀐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는 건지 헷갈릴 따름이다.
◇ ‘음악’이 필요해
↑ 사진=내일도 칸타빌레 캡처 |
‘내일도 칸타빌레’의 기본 골격은 대학교 음대를 배경으로 괴짜 피아니스트 설내일과 지휘자를 꿈꾸는 완벽남 차유진의 가슴 설레는 로맨스, 그리고 이들이 다니는 음대의 오합지졸 S오케스트라의 고군분투 음악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차유진이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설내일에게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나서인 만큼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실제 ‘내일도 칸타빌레’의 원작 ‘노다메 칸타빌레’ 역시 재기발랄한 로맨스에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녹여내며 호평을 받았다. ‘노다메 칸티빌레’는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오케스트라의 감동을 전하며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동시에 높인 것이다. 특히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 전 출연진이 캐스팅 후 약 6개월간 악기다루는 법에 대해 배울 정도로 음악과 악기 다루는 실력이 딱 맞아 떨어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내일로 칸타빌레’에 앞서 먼저 선을 보였던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오합지졸 시민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합을 맞추는 과정 속에서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 서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등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극의 흐름에 적절히 녹여내며 극의 인기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일도 칸타빌레’는 대표하는 음악을 꼽기가 어렵다. ‘내일로 칸타빌레’를 대표할 만한 음악이 언제 등장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내일로 칸타빌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모두가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 설내일, 우리에게 낯선 그대
↑ 사진=내일도 칸타빌레 캡처 |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를 소화한 우에노 주리는 자칫 비호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엽기녀’ 노다메를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설내일을 연기하는 심은경 역시 귀엽고 순수하다. 무엇보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설내일는 스무 살 특유의 풋풋함까지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설내일이 낯선 이유는 설내일 캐릭터 자체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인데다 “오라방”이라는 호칭은 극에서 녹아들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을 구박하는 차유진 앞에 인형놀이를 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까지 한다. 이 같은 캐릭터의 낯섦은 시청자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가며, 이는 궁극적으로 극의 몰입을
설내일 자체가 낯설다보니 이를 연기하는 심은경이 아무리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한들, 결국 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더 낯설어지기 전에 설내일 콘셉트에 대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연출의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