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했던 조진웅과 김성균.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강했다. 작품 대부분에서 조직폭력배와 살인마를 맡았던 이들이다. 김성균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포블리 삼천포’를 연기했다고는 하나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하정우의 오른팔로 나온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 ‘이웃사람’의 살인마는 또 어떻고. 본인은 “흐리멍덩한 눈빛”이라고 했지만, 살기 어린 눈빛이 섬뜩했던 게 여전히 기억난다. 조진웅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싶다.
가족코미디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에서 두 사람이 선보이는 조합의 이미지는 그리 세지 않다. 장진 감독이 “편안한 코미디를 원했다”고 한 것처럼, 적당하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위해 두 사람의 이미지는 흘러간다.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갔던 형 상연(조진웅)의 숨겨진 이야기와 엄마와 형을 잃은 동생 하연(김성균)이 모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장면들이 ‘세게’ 받아들여질 순 있지만, 장진 감독은 기본적으로 감동과 코믹의 조화를 이뤄내려고 애썼다. 편안하게, 피식피식 대며 웃을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도 있을 테고.
가난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살던 형제는 결국 떨어져야 했다. 엄마는 형제를 보육원에 잠시 맡겨놨지만 둘은 생이별했다. 3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형제. 동생 하연(김성균)은 엄마(김영애)를 찾아 같이 살고 있었고, 형 상연(조진웅)은 얼마 전 연락을 받고 동생과 엄마를 보러 한국에 왔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는 직업부터 대척점에 있는데 이 설정이 대표적인 웃음 포인트다. 형은 미국으로 건너가 목사가 됐고, 동생은 한국에서 무당이 된 상황. 목사와 무당으로 나귀어 계속해서 아옹다옹하는 형제의 모습은 귀엽게 다가온다.
장진 감독은 이 설정에 꽂혀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듯하다. 자기가 쓴 작품이 아닌 후배 작가의 작품을 발 벗고 나섰다. 가장 웃기는 장면이라고 꼽을 수 있는 소매치기가 등장하는 신도 목사와 무당이라는 설정과 연관된다. 목사와 무당의 지갑을 슬쩍한 소매치기들이 “벌 받는다”며 지갑을 원래대로 갖다놓는 에피소드는 웃음 일발 장전이다. 밥 먹을 때 주님에게 기도하는 형을 향해 동생이 “밥은 내가 차렸는데”라고 하는 식의 유머도 넣었다. 진부하다면 진부, 신선하다면 신선하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그러나 엄마를 잃어버리는 설정으로만 사용된 작가의 기면증 등 이야기를 만들려고 꾸민 장치들이 눈에 띄는 점은 안타깝다. 감동과 유머 효과를 반감시킨다.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 장진 감독의 연출력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102분. 12세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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