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5년 만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이 18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약 2만 관객(소속사 측 주장)이 들어찼다. 서태지를 기다리는 기대감은 절정에 달했다.
절정은 거기까지였다. 굳이 포장하자면 그가 폭발적인 가창력의 가수여서 '문화 대통령'이 아님을 기자는 잠시 잊고 있었다. 서태지의 고음은 음정이 불안했고, 저음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서태지의 목소리는 '컴백홈'에서의 랩이나 '널 지우려고 해' 정도의 노래를 부를 때 적합했다.
공연 열기를 띄우기 좋은 강렬한 록 장르 곡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묻히기 일쑤였다. 심지어 먼저 공개돼 인기를 끌었던 곡이자 아이유와 첫 듀엣 무대를 꾸민 '소격동'에서는 두 사람의 가창력이 비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의 라이브를 압도한 건 단일 뮤지션 공연 기준 최대 물량의 사운드 시스템이었다.
가로 80m에 달하는 웅장한 무대는 여느 아이돌 그룹과 달랐다. '크리스말로윈'이라는 공연 콘셉트에 맞게 할로윈 호박 구조물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눈꽃 산타마을 세트가 장식됐다. 5년 전 국내 최초로 12분할 대형 무빙 LED 스크린을 시도했던 서태지는 보다 진일보한 기술력을 동원했다. 과거 스크린이 좌우로 움직였던 것을 넘어 상하좌우 방향 자유자재로 움직인 것. 지금까지 국내 가수에게는 쉽게 보지 못했던 무대 연출이 가능했다.
서태지는 공연의 핵심인 사운드 시스템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적인 음향 디자이너 폴 바우만(Paul Bauman)이 직접 사운드 디자인했다. 메인 스피커는 미국 JBL프로페셔널사의 플래급십 모델인 VTX 시리즈로 구성됐다. 총 130대의 메인 스피커와 36대의 그라운드 서브 우퍼가 설치됐다. 이들 스피커는 140대의 메인 파워 앰프로 구동됐다. 현존하는 최고·최대치 사운드를 자랑할 만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태지의 반말이 상당히 줄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간 팬들과 소통하면서도 자주 반말을 사용해 우스갯소리를 듣곤 했다. 이날 서태지의 첫 마디는 "보고 싶었어요"였다. 서태지는 "너무 오랜만이죠. 오늘 5년 만에 제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한자리에 모여 얼굴 보니까 그냥 좋네요. 정말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발표되는 서태지의 정규 9집에는 총 9곡이 담긴다. 공연에서는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과 '소격동'을 비롯해 '숲속의 파이터'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 '나이티스 아이콘' 등 6곡을 들려줬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곡들은 귀엽고 상큼한 느낌의 곡들이 다수다. 경쾌한 리듬이다. 머리를 가볍게 흔드는 서태지를 볼 수 있는 곡이다. 팬들은 신곡 무대 때마다 몸을 흔들면서도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서태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가사는 들어봐야겠지만 들리지가 않았다. 콘서트 피날레를 알리는 화려한 폭죽이 터진 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얼굴에서는 미묘한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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