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첫방②] ‘미생’만 두 번째 임시완…그 자체로 장그래였다

[MBN스타 유지혜 기자] 임시완은 갑자기 세상에 버려진 장그래 그 자체였다.

17일 방송된 tvN 새 금토드라마 ‘미생’ 1회에서는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지인의 도움으로 종합 상사에 취업해 첫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고졸 검정고시가 스펙의 전부인 장그래는 각종 외국어와 컴퓨터 실력을 갖춘 동료들 사이에서 무시를 받았다. 또한 상사인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는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라고 그를 비꼬았고,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은 ‘노력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무능력한 장그래를 인정하지 않았다.

↑ 사진=미생 방송 캡처

하지만 장그래는 반드시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아들의 새 양복을 위해 며칠이나 고민해야 하는 가난한 어머니 때문이기도 했고, 아무 것도 없는 자신이 번듯한 회사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장그래는 이 악 물고 체면과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임시완은 앞서 모바일 드라마 ‘미생: 프리퀄’에서도 장그래 역을 맡은 바 있다. 그 때에도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캐스팅에는 많은 논란이 오갔지만, 임시완의 연기에는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미생’에서도 임시완은 장그래의 절박함과 긴장감을 잘 표현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장그래의 감정을 절대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애써 꾹꾹 눌러 담았는데도 새어 나오는 울분을 표현해 슬퍼할 틈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장그래의 상태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만약 장그래가 격렬하게 슬퍼하고, 당황하고, 긴장했으면 오히려 시청자들은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임시완의 연기가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만큼 안정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똑부러진 안영이(강소라 분)와 장백기(강하늘 분), 열혈 과장 오상식, 능청스러운 김동식과의 연기와도 잘 어우러지면서, 캐릭터들이 대체적으로 균형을 잘 이룬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앞으로 장그래의 멘토가 되어줄 오상식을 맡은 이성민과의 연기호흡에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임시완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극중 장그래가 자주 입는 낡은 양복을 입고 나와 “핏이 맞는 새 양복은 어째 좀 불편하더라. 어느새 이 양복이 가장 익숙해졌다”고 말할 만큼 장그래에 푹 빠진 상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인 장그래를 한층 더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 임시완은 한 번도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은 그가 과연 직장인의 애환을 표현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품었던 일부 시청자의 우려도 깨끗히 씻어냈다.

첫 회에서 연기 합격점을 받은 임시완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미생’은 임시완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매주 금, 토 오후 8시40분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