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 애써 출연해주었지만, 편집된 강성진 배우에게 미안하다.’
장진 감독은 2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엔딩 크레딧에 이같은 편지(?)를 남겼다. 진심과 정중함이 오롯이 담겨있는 글이었다.
1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우리는 형제입니다’ 시사회 후 인근 술집에서 만난 장진 감독은 “강성진에게 정말 미안해서 크레딧에라도 넣고 싶었다”고 했다.
26회차 빡빡한 촬영 일정으로 진행된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조진웅, 김성균)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김영애)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형제애를 찾아가게 되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서울부터 천안, 대산, 여수 등의 지역에서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장 감독은 촬영 중 절친한 배우 강성진에게 전화했다. 동네 양아치 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의 결혼식 사회를 볼 정도로 친한 강성진은 한걸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통편집됐다. 장진 감독이 크레딧으로나마 사죄(?)한 이유다.
장 감독은 앞서 전작 ‘하이힐’에서도 배우 오지호, 윤손하 등을 편집해 ‘가혹한 가위질’ 감독이 됐다.
애써 출연한 배우들을 편집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감동 코드도 있지만, 코믹 코드가 전반에 흐르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강성진 배우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의 활약을 살리지 않은 게 이상하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도 강성진은 예전과 비슷한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꽤 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장진 감독에 따르면 강성진은 비중과 임팩트가 크지 않아 삭제되고 말았다. 극중 두 형제를 괴롭히는 신에 나온 그를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사실 배우들이 편집되는 사례는 많다. 이름이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배우는 과거 비중이 높진 않았지만 유명 감독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 기뻐 가족들에게 자랑했고, 시사회에 갔다가 눈물을 흘리고 영화관을 빠져나오기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자신이 나온 신이 통째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은 그래도 인정이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강성진에게 사과했고, ‘하이힐’ 때는 감독판을 개봉해서라도 편집된 배우들의 신을 넣고 싶다고 했었다. 비록 흥행은 참패했을지언정 ‘하이힐’은 감독판으로 몇 개관에서 상영됐다. 장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장 감독은 앞서 진행된 이날 시사회에서 이한위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극중 공원 경비원으로 깜짝 출연한 이한위와 연기 호흡을 맞춘 김영애가 이한위의 연기에 웃음이 터져나와 쓸 수 있는 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한위는 즐거움을 준다.
“편안한 코미디”를 원했던 장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피식피식 웃음을 주는 장면이 꽤 있다. 김원해, 김민교, 조복래 등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보면 이한위와 강성진 편집본도 궁금할 만하다. 장 감독은 이날 “어떤 형태로든 편집본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영화가 잘 돼야 관심을 받을만한 사항이긴 하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