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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돌아왔다. 성정체성을 찾으려는 형사의 삶을 누아르 형식으로 담았던 전작 ‘하이힐’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의 웃음과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다. 30년 동안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형제애를 찾아가게 되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 조진웅과 김성균이 각각 극과 극의 직업인 목사와 박수무당으로, 김영애가 두 사람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장진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23일 개봉 예정) 언론시사회에서 “이런 착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요즘 기획된 영화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들, 대중의 묘한 취향을 건드린 영화들이 많았다. 우리 영화처럼 늘 옆에 있지만 귀한 것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착하다. 휴먼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다. 두 형제를 만나게 해주는 TV 프로그램의 작가(윤진이)가 기면증으로 인해 치매를 앓는 할머니(김영애)를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을 골고루 분배한다. 감동 코드가 전해지는 바는 개인차가 크겠지만, 웃음 코드를 관객에 전하기 위해 애쓴 티가 많이 난다. 목사와 박수무당 설정부터 예상치 않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웃음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원해, 김민교, 이한위, 조복래 등을 보는 맛이 꽤 쏠쏠하다.
극 중 유창한 영어를 선보이는 조진웅은 이날 영화 ‘명량’에서 일본 장수를 연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인 목사 역할을 연기한 데 대해 “외국어가 복병이었다”며 “노래 배우듯 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는 또 “편집되긴 했지만 김성균이 굿하는 장면도 찍었다. 김성균이 ‘이것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잘 하더라. 사람들이 김성균에게 ‘내림을 받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더라. 아마 지금쯤 관상 정도는 볼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고 김성균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균 역시 친형과 다름 없는 사이가 됐음을 넌지시 밝혔다.
김영애는 “내가 늙은 것밖에 안 보였다. 다시 찍고 싶다”는 아쉬움을 털어놔 장진 감독을 진땀나게 했다. 장진 감독도 “김영애 선생님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분장실에서 한 첫 마디가 ‘젊게 분장했어도 됐잖아’였다”고 말해 현장을 웃겼다.
윤진이는 “연극계에서 유명한 장진 감독님과 함께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이렇게 영화에 많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