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김순옥 작가의 필력은 여전했고,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연은 놀라웠다. 비록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친부모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마저 버린다는 등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했지만,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향한 안방극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처음 ‘왔다 장보리’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과거 ‘아내의 유혹’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지만, 정작 뚜껑을 여니 4월5일 첫 방송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후에도 10% 초중반대를 넘지 못하며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왔다 장보리’가 본격적인 시청률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건 20회부터였다. 6월15일 방송에서 15.7%를 기록한 ‘왔다 장보리’는 15%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꾸준한 상승곡선을 이루더니, 자체최고시청률을 계속 경신해 나간 것이다. 심지어 지난달 21일 37.3%라는 높은 시청률을 경신, 40%대를 넘보며 그야말로 ‘국민드라마’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 사진=왔다 장보리 캡처 |
방송이 시작되는 주말 8시45분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된 ‘왔다 장보리’의 성공비결은 김순옥 작가의 극본과, 백호민 PD의 연출, 그리고 주연은 물론 조연부터 아역까지 배우들의 연기 3박자가 모두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왔다 장보리’는 선으로 대표되는 보리(오연서 분)과 악으로 대표되는 민정(이유리 분)의 대립을 주된 갈등소재로 사용하며 극을 이끌어왔다. 분명한 선악구도로 방송하는 내내 마침내 선이 이긴다는 뻔한 권선징악 결말을 예고해 왔음에도, 언제 보더라도 극이 이해될 정도로 쉽고 단순한 선악구도와 흡입력 높은 스토리로 안방극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다.
여기에 극이 자칫 지루해 질때면 보리와 재화(김지훈 분), 정란(우희진 분)과 내천(최대철 분)의 유쾌한 사랑이야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김순옥 작가는 마지막회 민정과 똑같은 외모에 목소리지만 눈가에 점만 찍혀 있다는 것이 다른 민소희(이유리 분)과 지상(성혁 분)을 이어주면서 시청자들을 박장대소케 했다. 이는 과거 김순옥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 한 것. 당시 여주인공인 구은재(장서희 분)가 얼굴에 점만 찍은 뒤 민소희라고 주장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 사진=왔다 장보리 캡처 |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도 훌륭했다. 주인공인 오연서를 비롯해 이유리, 김석훈, 오창석으로 이뤄진 주연배우들에서부터 안내상, 김혜옥, 양미경, 김용림, 한진희, 황영희 등으로 구성된 중견배우에 아역배우 김지영까지, 모두 넘침이나 모자람 없이 각자의 캐릭터들을 소화하면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민정의 친모이자 길 잃은 보리를 거둬 키운 도혜옥 캐릭터이다. ‘왔다 장보리’ 초창기 그는 이름도 얻지 못한 채, 민정의 친모 ‘도씨’로 불릴 뿐이었다. 이름도 없는데 캐릭터 설명 또한 자세할리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황영희의 연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찰진 전라도 사투리 연기와 캐릭터 몰입도로 하나 둘 씩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황영희는 어느새 도씨에게 혜옥이라는 이름을 선물해 주더니, 이제는 드라마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도혜옥 뿐 아니라 성혁이 연기하는 문지상 또한 ‘왔다 장보리’가 배출한 스타였다. 민정의 지나간 과거의 남자로만 비춰질 줄 알았던 지상은 이후 연민정의 악행을 막을 뿐 아니라, 그녀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인물로 맹활약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것이다.
흔하디흔한 막장드라마에서 국민드라마로 불리는데 성공한 ‘왔다 장보리’는 극본·연출·배우 3박자를 고루 갖추며 주말 안방극장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왔다 장보리’ 후속으로 한선화, 이장우 주연에 ‘장미빛 연인들’이 방송된다. 오는 18일 첫 방송.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